채권시장 떠나는 대기업
초우량 아니면 회사채 차환발행 '험난'
은행 대출은 금리 낮아지고 만기연장 여지
시중銀도 "돈 된다" 치열한 대출경쟁
[ 박신영 기자 ] 대기업들이 자금조달 수단을 회사채 시장에서 은행 차입으로 바꾸고 있다. 초우량 기업을 제외하고는 만기 때 회사채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은 반면 은행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다. 만일의 경우 동부그룹처럼 회사채 차환발행을 하지 못해 채권단에 끌려 다니기보다, 은행과 협의를 통해 차입금 만기를 연기하는 것이 더 쉽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동부그룹처럼 되지 말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올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말 150조4283억원이던 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165조1194억원으로 14조6911억원(9.8%) 증가했다. 월별로도 1월에 6조3833억원 증가한 것을 비롯 2월 1조7363억원, 4월 5조8678억원, 5월 2조2264억원이 각각 늘었다. 3월에만 1조5277억원이 빠졌다.
이에 비해 신용등급 A+ 이하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 6월까지 8조원의 회사채가 순상환됐다. 기업들이 8조원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는 의미다. 월별로도 1월 1조3000억원, 2월 2조3000억원, 3월 9000억원, 4월 9000억원, 5월 1조8000억원, 6월 8000억원 등으로 꾸준히 상환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자금조달 창구를 회사채 시장에서 은행 대출로 바꾸고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회사채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우량 기업들은 회사채를 은행 대출금리보다 훨씬 싸게 발행할 수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럴 바에야 금리가 싸진 은행 대출을 활용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 등이 회사채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채권단에 끌려다니는 것도 은행대출을 늘리는 동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의 경우 대출 은행과 협의를 통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회사채 시장에서는 이 같은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 정유사의 재무담당 임원은 “1,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 차입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요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자금조달의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라도 은행 차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대기업 대출경쟁도 요인
은행 간 대기업 대출경쟁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들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대출 상품인 ‘적격대출’ 등장으로 가계 대출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중소기업 대출은 부실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건설, 조선 등 경기가 나쁜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대기업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지난해 말 연 4.73%에서 5월 말 연 4.64%까지 떨어졌다.
금융 당국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은행권 대출로 대기업들이 옮겨오는 이유로 분석된다. 지난달 채권단과 금융 당국은 두 개 대기업 그룹을 ‘관리대상계열’로 선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새로 신설된 관리대상계열에 회사채 등의 발행 비중이 높은 두 그룹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관리대상계열은 지난해 동양그룹이 은행 차입 대신 회사채와 CP 발행으로 부실을 숨기면서 재무구조 평가 때 ‘정상’ 판정을 받았다가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부실 우려 기업에 대한 허점이 노출되자 새로 만들어진 제도다. 이로 인해 은행 차입 대신 회사채와 CP 발행을 늘려도 채권단의 감시와 관리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이럴 바에야 발행도 쉽지 않고,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회사채 대신 은행에서 직접 대출받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 대기업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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