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공공기관 정상화 - 양대노총, 부실 공기업 노조 원격통제
정상화 불이행 24곳 중 22곳 한·민노총 소속
성과급의 퇴직금 산정문제 놓고 벼랑끝 대치
[ 조진형 기자 ]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이 양대 노총에 막혀 삐걱거리고 있다. 방만 경영이나 과다 부채 중점관리기관의 정상화 이행 실적에 대한 중간평가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10곳 중 6곳꼴로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개별 공기업 노조를 원격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점관리기관 39곳 중 24곳(61.5%)이 지금까지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 계획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까지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중점관리기관은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철도시설공단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15곳뿐이다.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등 규모가 큰 중점관리기관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상화 이행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밖에 없다. 9월 정식 중간평가를 받기 위해선 8월 말까지 노사 합의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해임, 임금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의 경영진은 마음이 급하지만 노사 합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양대 노총의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자리잡고 있다.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한 중점관리기관 24곳 가운데 22개사 노조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소속으로 공대위 영향권에 있다.
마사회 코스콤 인천공항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산업은행 LH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한국전력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장학재단 등 12개사의 노조가 한노총 소속이고, 조폐공사 한전기술 부산대병원 철도공사 가스공사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등 10개사의 노조는 민노총 소속으로 분류된다.
이들 노조의 상당수는 공대위 측에 교섭권을 위임하기도 했다. 교섭권을 사실상 상급단체에 위임해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상반기에 몇몇 중점관리기관 노조가 개별 협상에 나서면서 정부와의 담판 계획은 무산됐지만 공대위는 여전히 강경 투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대표자 회의를 열어 정상화 대책 관련 사항은 교섭을 하지 않기로 선을 긋고 7월 말 쟁의권 확보, 8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더욱이 공대위는 정상화 이행 중간평가를 앞두고 중점관리기관 노조의 개별 협상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조합원이 2만명에 육박하는 철도공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인 철도공사 노조가 지난달 24일 경영진과 본교섭을 하고 합의 직전까지 가자 공대위는 강력 견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6월 중순 이후 노조와 협상이 크게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자 상급단체에서 2명을 파견해 감시를 강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대위가 중점관리기관의 교섭권 전체를 수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분 교섭권을 취하고 있는 점도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대위는 개별 노조에 △경영평가 성과급의 퇴직금 산정 여부 △고용안정위원회 구성 방안 등 두 가지에 대한 교섭권을 위임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 임직원의 관심 사항인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에 산정하는 문제는 좀처럼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전 조폐공사 마사회 등 10여곳은 이 부분만 제외하고 노사 합의점을 찾은 상태다. 기재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경영평가 성과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상화 대책을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며 “상당수가 이 조항을 넘지 못해 노사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 규정을 바꿔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우선 내년부터 과도한 부채나 방만 경영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진한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성과급 제한 최대폭을 ‘일부’에서 ‘전부’로 강화함으로써 전액 삭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또 내년부터 성과급을 제한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수도 부채 상위 10개 공공기관에서 경영평가를 받는 119개 공공기관으로 늘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간평가에서 우수기관 10곳에는 성과급 30%를 추가로 지급한다”며 “아직 경영진과 협의를 끝내지 못한 노조가 현실적으로 판단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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