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중 정상 공동성명에 담아야 할 것들

입력 2014-07-01 20:42
수정 2014-07-02 05:47
北核 전면폐기와 평화통일 지지
FTA·직접투자 장해요인 제거가
양국 국익 위한 것임을 천명해야

김영호 <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youngho@sungshin.ac.kr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4일 첫 국빈방한은 한·중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 주석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중국 외교사에서 전례없는 ‘외교적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중국의 결정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외교의 형식을 뛰어넘어 실리적 측면에서 한국이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사안은 북핵 문제임이 틀림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과 함께 북핵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국면이다. 최근 시 주석은 미국과 함께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을 위해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제창했다. 대국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할 경우 중국의 신전략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 사이의 구형대국관계(舊型大國關係) 하에서는 남북한 모두 핵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렇게 보면 북핵 문제 해결은 중국 신전략 추진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리트머스 테스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신전략에 걸맞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보유는 아시아 지역 다른 국가들에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 관계를 한 차원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논의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빠른 타결이 절실하다. 양국 FTA 논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산품과 같은 민간 품목에 대해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것도 국익의 관점에서 절대 필요하다. 무역의 확대가 두 나라 모두에 긍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양국 모두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직접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장애요인들을 제거하는 문제들도 중점 논의돼야 할 것이다. 한국의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상 차원의 관심을 표명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한국 정부는 한·중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중국 지방 정부들과 관계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동북3성의 경우 북한 때문에 한국을 거쳐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이 차단돼 있어서 경제개발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국 주도의 통일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설득하고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한국 주도의 통일은 동북3성이 경제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한국과 직접 연계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일본과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연결고리로 연쇄회담에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은 북한을 건너뛰어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이처럼 동북아 지역은 과거와 달리 역내 국가들 사이에 전례없는 ‘교차 외교’가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가면서 중국을 한국 주도 평화통일의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창의적 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 이번 정상회담이 현재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고난도 외교 국면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영호 <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youngho@sungsh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