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대책 다시 짜라
年 96건 '소나기 정책'에도 출산율 1.19명…美의 절반
청년층 결혼 기피 확산
[ 고은이 기자 ] 한국이 8년 동안 5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도 초저출산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북핵보다 더 무섭다”(2009년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는 경고도 아무 소용이 없다. 무상보육 등 양적 팽창에만 치중해온 저출산 대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취재한 결과 정부가 2006~2013년 저출산 대책에 투입한 예산은 53조원, 관련 정책은 연간 96개(2013년 기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당시 2조1000억원(GDP의 0.24%)이던 저출산 예산은 지난해 14조4000억원(GDP의 1.13%)으로 5.9배나 늘었다. 그럼에도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2006년(1.12명)과 거의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2012년(1.3명)보다 뒷걸음질쳤다. 미국(2.01명) 프랑스(2.08명) 뉴질랜드(2.05명)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낮은 수치다.
2000년 30.1%였던 20대 후반(만 25~29세) 여성의 미혼율이 2010년 67.7%로 높아지고 30대 초반(만 30~34세) 여성의 무자녀 비율은 같은 기간 16.5%에서 36%로 폭등하는 등 젊은이들의 비혼·만혼 추세가 구조적으로 확산되면서다. 정부가 육아휴직 지원 등으로 여성의 일-가정 양립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다. 낙태(연 17만건 추정)가 만연하고 있지만 변변한 미혼모 통계나 실태조사 자료도 없는 상태다.
더욱이 정부는 당초 지난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열고 새로운 인구정책 3개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에 밀려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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