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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
서점에서 부동산입지와 관련된 책을 찾아 쌓아보면 어른 눈높이쯤 된다. 책머리를 열고 풍수지리라는 목차를 찾아 페이지를 확인해 본다. 늘 그렇듯 풍수지리는 주거용 입지 부분에 두세 장 남짓 끼어 있는 찬밥 신세다.
조선의 수도 한양이 풍수지리를 고려해 자리잡은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한양은 도시다. 신도시 한양은 도시계획의 입지론이 적용된 훌륭한 사례다. 수도 한양의 정부청사 격인 경복궁도 풍수지리가 일조해 관공서 입지의 정점을 찍었다. 종교시설인 사찰이나 학교시설인 서원·향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풍수지리를 주거용 부동산 입지로 한정해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의문이다.
서양 이론으로 무장한 입지론들을 우리나라 실정에 적용하기에는 부자연스럽다. 국토의 70%가 산인 자연환경을 드넓은 평야 지대의 이론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은 모순이다. 거대 토목공사의 수고로움이 없는 한 우리 국토는 집 앞이 산이고 개울이고 고개다. 땅의 모양이 다르면 문화의 생성이 다르고 결국엔 학문적 결말도 다르다. 갈매기의 고장 부산엔 산 중턱 경사지 집이 유독 많다. 피난민들의 역사와 아픔의 흔적이다. 아침 출근 시간 산등성이에서 일제히 쏟아져 내려오는 사람들을 상상해보자. 집을 산으로, 골목을 하천으로, 사람을 물로 본다면 의외로 쉽게 몇 가지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사람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로 이동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많이 모여든다’ ‘장애물(언덕 등)이 있는 곳은 돌아간다’ ‘모인 곳에 고객유도시설(버스정류장·지하철·시장·관공서 등)이 있다’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되돌아가는 일은 없다’ 등이 떠오른다. 결국 경사지일수록 사람은 적고 점포 수익은 떨어지는 입지가 된다.
옛날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물건을 싣고 이동하던 길의 최적지에 시장이 생겼다. 시장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였고 마을이 생겼다. 시간이 흘러 사람이 밟고 다니던 길은 차량을 위한 도로가 됐다. 옛 도시의 전통시장들이 오목한 분지형태의 낮은 지대에 있는 이유는 바로 지형 지세를 읽어 가장 편히 오갈 수 있는 곳을 찾은 까닭이다. 전통시장이 아니더라도 낮은 곳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응집력을 만든다. 강남역, 사당역, 교대역 상권은 그 지역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좀처럼 흩어지지 않는 곳, 이곳이 바로 상업용 부동산 입지의 핵심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모이는 곳이 번화할까. 풍수지리에서 음양(陰陽)은 분화돼 사상(四象)이 된다. 사상체질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편하다. 이중 소음(少陰)은 젊은 여성이다.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유행에 민감하며 주위에 소양(少陽)인 젊은 남성들이 모여든다. 자연히 먹고 마시고 즐기고 노는 시설이 많은 곳에 그들이 있다.
1972년 영국에서 발간된 ‘Finding the Right Site’라는 책에서 저자는 ‘입지연구는 과학과 직관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을 서양입지 학문이라 한다면 직관의 영역은 단연 풍수지리다. 이제는 우리 실정과 환경에 맞는 입지 이론이 등장해 3년 내 70% 폐업률에 눈물 흘리는 우리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날을 기대해 본다.
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