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급부상하는 '美금리 인상설'과 '다우 20% 폭락설'

입력 2014-06-29 22:04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 상회
통계적 잡음이냐가 금리인상 열쇠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실로 오랜만에 미국 월가에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위기 후 선진국이 저물가를 바탕으로 한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 논쟁은 그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발단은 지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로 나온 데서 비롯됐다. 미 중앙은행(Fed)의 물가 목표치는 2.0%다. Fed가 금리 변경 시 중시해온 원칙 중 하나인 ‘통화준칙(monetary rule)’에 따른다면 정책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2015년 말까지 단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금리인상 우려가 갑자기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 변경의 주 책임자인 재닛 옐런 Fed 의장은 “5월 소비자물가가 오른 것은 ‘통계 잡음’”이라며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통계기법상 잡음이란 일종의 ‘아웃라이어(통계 표본 중 평균을 크게 벗어나는 관측치)’로, 추세선에 따라 금리 같은 중요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Fed 관행상 금리 결정에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다.

옐런은 통화론자들이 주장하는 통화준칙보다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해 왔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의 양대 목표(물가안정과 고용창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고용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는 것(통계 잡음)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울트라 통화완화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해온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견해는 다르다. 5월 소비자물가가 상승한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의 주장대로 통계 잡음이라 하더라도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으로 하는 통화정책 특성상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통계방식 원칙은 전분기 혹은 전월비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준이 되는 분기와 월 수준에 따라 증감률이 달리 나오는 ‘기저 효과(base effect)’로 경제현상을 과대 혹은 축소 해석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미경제연구소(NBER) 등은 분기 지표는 2분기 연속, 월별 지표는 3개월 이동평균치로 경제를 진단하고 해석할 것을 권고해 왔다.

6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나올지가 더 관심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월에 이어 6월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논쟁’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곧바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 목표치를 웃도는 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버냉키-옐런식 통화정책’을 더 이상 끌고갈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진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발표 이후 각종 매스컴에 비쳐지는 옐런 의장의 얼굴에 특유의 여유가 사라진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탓으로 풀이된다.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명확하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금리인상에 전향적인 매파로 알려진 일부 위원은 올 3분기에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년 전 벤 버냉키 전 Fed 의장과 폴 크루그먼 당시 프린스턴대 교수 간 ‘인플레이션 타기팅’ 논쟁도 재연되고 있다. 뒤늦게 잘못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대로 물가 목표치를 2%에서 4%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빠르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겨냥한 ‘스마트 머니’가 보유 국채를 내다 파는 과정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2.4%대에서 연 2.6%까지 단숨에 올랐다. ‘스마트 머니’란 돈의 흐름을 잘 읽어 일반인보다 앞서 포지션을 변경,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다우존스지수도 17,000선을 목전에 두고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가 재연되고 있다. 워블링 장세란 정책과 경기, 그리고 시장 흐름이 바뀌는 변곡점에 놓여 있을 때 그때그때 발생하는 호재와 악재에 따라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증시 앞날에 방향성을 찾지 못할 때 발생한다.

미국 증시 앞날과 관련해 벌이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논쟁’이 시작된 지도 2년이 넘었다. 비이성적 과열이란 1996년 들어 주가가 거침없이 오를 때 당시 미 Fed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이 발언 직후 미 주가는 20% 폭락했다.

앞으로 미국 증시는 경기, 실적, 유동성 간 삼박자가 충족되는 ‘황금률(golden rule)’을 달성해야 추가 상승이 가능한 칼날 위를 걷는 국면이 예상된다. 거품과 조기 금리인상 논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3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아 칼날 위에서 흔들리면 의외로 큰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