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 저평가株 담고 유통株 외면

입력 2014-06-29 21:53
외국계 '큰손' 움직임 보니

서울반도체·녹십자·오리온
실적개선 기대로 매수 늘려
하나금융, 충당금 감소 매력

소비부진 탓 신세계 비중 ↓
악재 겹친 메가스터디도 '팔자'


[ 강지연 기자 ]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종목은 손절매해야 할까, 저가매수를 해야 할까. 투자자들이 좀처럼 결론 내기 어려운 고민 중 하나다. 올해처럼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외국계 ‘큰손’들의 움직임은 이런 점에서 참고할 만한 주요 변수다.

◆서울반도체·녹십자 ‘저가매수’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신규 투자하거나 투자 비중을 늘린 종목은 서울반도체 하나금융지주 오리온 녹십자 키움증권 등 5개다. 대부분 올 들어 주가가 부진한 종목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건스탠리 싱가포르법인은 이달 들어 아시아태평양펀드 등을 통해 서울반도체 주식 297만9946주(5.11%)를 처음으로 사들였다. 매수가는 3만8177~4만6034원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3월을 정점으로 5만원에서 3만8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서울반도체에 외국계 펀드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그만큼 반등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면서 주가 부진이 이어졌지만 성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며 “하반기엔 자동차용 LED(발광다이오드)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녹십자는 주요 주주인 매슈스인터내셔널이 1년 반 만에 추가 매수에 나섰다. 매슈스인터내셔널은 2012년 말 기준 8.22%였던 녹십자 보유 비중을 이달 들어 9.35%로 높였다. 대부분의 제약주들이 업황 악화로 실적 침체와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녹십자는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 1분기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이 밖에 미국 프랭클린리소시스가 지분 5%를 신규 투자한 하나금융지주도 2분기 일회성 충당금 감소 등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오리온은 하반기 국내 내수와 중국 수출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 속에 지난달 이후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더캐피탈그룹이 오리온 주식 29만9583주(5.01%)를 신규로 확보했다.

◆외국계 펀드도 외면한 유통주

반면 외국계 펀드들은 이달 들어 유통주 비중을 줄였다. 미국계 오펜하이머펀드는 작년 10월 8.18%였던 신세계 보유 비중을 최근 7.39%로 낮췄다. 이마트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인 에버딘에셋이 주식을 처분하면서 15.62%였던 보유 비중이 15.30%로 낮아졌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월호 사고 여파에 따른 소비 위축에다 월드컵 및 여름 계절 특수가 살아나지 않아 유통주들이 고전 중”이라며 “소비경기가 최악은 지났지만 아직 실적과 주가의 반등을 기대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외국계 펀드가 지속적으로 비중을 줄이는 종목도 있다. 매슈스인터내셔널은 올 들어 메가스터디 지분을 계속 내다팔고 있다. 실적 부진에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 인수합병(M&A) 계획 철회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작년말 6.69%였던 매슈스인터내셔널의 보유 비중은 지난 4월 5.07%로 낮아진 데 이어 이달 들어선 3.07%로 줄었다. 메가스터디 주가는 올 들어 22.9%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펀드가 상대적으로 장기 투자하는 만큼, 매수든 매도든 방향이 바뀐 종목들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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