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산업 융·복합 시대
국내 스포츠시장 5년간 연평균 12% 성장
고용효과 10억원당 14명…콘텐츠산업 앞질러
용품산업 기반 취약…세계적 기업 육성 시급
[ 최만수 기자 ]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E조 프랑스와 온두라스 경기가 열린 지난 16일(한국시간). 후반 2분 프랑스의 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의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라인을 넘었다. 맨눈으로는 골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 심판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바로 골 판정을 내렸다.
벤제마의 골을 인정한 것은 독일의 골 판독기 ‘골컨트롤-4D’. 14대의 고속 카메라가 골라인 근처 5㎜까지 측정한 뒤 1초 안에 심판이 차고 있는 시계로 ‘골’이라는 판독 결과를 전송했다. 감독들은 선수들의 유니폼 속에 달린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얼마나 많이 뛰었는지 측정해 교체 시기를 결정한다. 첨단 정보기술(IT)의 경연장이 된 이번 월드컵은 세계 스포츠산업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IT와 결합하는 스포츠산업
세계 스포츠산업의 키워드는 ‘융·복합화’다. IT기술, 서비스, 관광 등 다른 산업과 연계해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용품업체인 미국의 나이키는 웨어러블 운동 측정 기기와 스포츠 소프트웨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내 기업 골프존도 골프에 IT를 결합한 스크린골프로 연 1조7000억원대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글로벌 스포츠산업은 융·복합화를 통해 경기 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세계 스포츠시장 규모는 2008년 1143억달러에서 2012년 1406억달러로 4년간 연평균 6.5% 성장했다. 국내 스포츠시장도 건강과 여가를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1.9% 성장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콘텐츠산업 성장세(연 6.5%)의 2배 가까운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스포츠산업은 취업유발계수도 10억원당 14.4명으로 전 산업평균(12.4명)보다 높다. 고용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스포츠 강국 한국, 산업 기반은 취약
한국은 올림픽(1988년 서울), 월드컵(2002년), 아시안게임(1986년 서울,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에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하며 ‘스포츠 이벤트 그랜드 슬램(4대 스포츠 대회 유치)’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를 산업적 가치로 연계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은 스포츠산업을 스포츠 용품업·시설업·서비스업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 47%를 차지하는 스포츠 용품업 분야를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점점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스포츠 용품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01년 1억8022만달러에서 2011년 4억8072만달러로 급증했다. 10년 새 2.7배로 커졌다. 외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는 데다 국내 스포츠 기업(6만8826개, 2012년 말 기준)의 89.6%가 종사자 1~4명으로 영세한 탓이다. 키워 놓은 파이를 외국 기업에 그대로 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용욱 문체부 스포츠산업과 사무관은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 선진국 제품을 모방·답습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기회를 잃었다”며 “휠라코리아 코오롱스포츠처럼 시장을 대표할 만한 기업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지원, 민간기업 투자 필요”
호주는 지난해 민간에 4700만달러어치의 바우처를 지원해 스포츠 시설 이용 및 용품 구입을 유도했다. 독일은 2010년 자전거 출근제를 시행했고 일본은 2012년 학생들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골자로 한 ‘스포츠 기본 계획안’을 마련했다. 중국도 2012년 ‘스포츠산업 5개년 계획’을 마련해 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스포츠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대세다.
문체부는 지난 2월 스포츠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10대 실천과제를 마련했다. 핵심 실천과제로 꼽은 것은 스포츠산업의 융·복합화 촉진이다. 골프존 같은 사례를 다시 만들어내겠다는 것. 프로스포츠 활성화도 실천과제로 삼았다. 프로스포츠 단체들이 기념품 사업 다양화 등으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운영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중소 스포츠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73억원 규모의 융자 금리를 현행 연 4%에서 연 3%대로 인하해 자금 조달을 돕고 판로 개척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골프존의 사례처럼 스포츠를 경기가 아닌 서비스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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