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성장가도 달리는데…미니 '환호' vs 피아트 '우울'

입력 2014-06-26 07:00
BMW코리아 '미니'
신차효과로 5월 판매 99% 급증

크라이슬러코리아 '피아트'
거듭된 할인에 가격정책 논란


[ 최유리 기자 ] 개성 있는 소형차를 앞세운 두 수입차 브랜드가 닮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BMW코리아의 미니와 크라이슬러코리아의 피아트 모두 최근 판매 성적이 올랐지만 두 브랜드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미니는 신차 효과로 활짝 웃은 반면 피아트는 가격 인하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중이다.

미니 ‘신차 효과’ vs 피아트 ‘가격 효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미니와 피아트는 지난달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미니는 지난 5월 601대를 판매했다. 전월 대비 99.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피아트는 21.4% 증가한 244대를 팔았다.

판매 대수가 늘면서 수입차 브랜드 내 순위도 동반상승했다. 미니는 지난 4월 판매 순위 13위에서 지난달 6위로 껑충 뛰었다. 피아트는 17위에서 네 계단 오른 13위에 안착했다.

두 브랜드의 성장세는 비슷하지만 배경은 각기 다르다. 미니는 최근 출시된 3세대 미니 덕을 본 반면 피아트는 가격 인하 효과를 누렸다. 3세대 미니는 7년 만에 나온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2세대보다 엔진 기통 수를 줄였지만 성능은 높였다. 쿠퍼의 경우 7월 발효되는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분을 미리 적용, 2000만원대로 가격을 내렸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초반 대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지난달부터 신차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지금 계약하면 2~3달 후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에 비해 피아트는 판매 증가에 활짝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거듭된 가격 인하로 국내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피아트는 올해 초부터 ‘친퀘첸토(500)’를 450만원 낮춘 2540만원에 판매했다. 이달에는 2013년형 300대에 한해 1830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출시 초반과 비교해 1160만원을 깎은 셈이다.

가격 인하는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1~5월 500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408대가 팔렸다. 한정 판매 계약은 3일 만에 완료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판매는 늘었지만 가격 정책을 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할인 전 차를 산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한 소비자는 “원래 가격으로 구입한 오너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었다”며 “수입 메이커라는 프리미엄을 이용해 초반에 가격 폭리를 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미니 “하반기 판매 가속도”
피아트 “2015년형 가격 고민”

신향후 판매 전략을 두고서도 두 브랜드의 표정은 엇갈린다. 미니는 신차 물량이 늘어나는 하반기에 한껏 고무된 반면 피아트는 가격 책정에 대해 고민 중이다.

미니의 판매 증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내달 디젤엔진을 얹은 쿠퍼 D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독일 본사와 협의한 결과 오는 9월부터는 신차 물량이 늘어난다.

신차 효과가 이어질 경우 연간 판매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세대 출시 당시 BMW코리아가 잡은 신차 판매 목표는 4000대. 지난달 판매량인 월 600대씩만 꾸준히 기록해도 돌파 가능한 목표다.

반면 피아트는 2015년형 500에 대한 가격 책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가격 인상 여부를 떠나 일관성 없는 가격 정책에 대해 비난받을 수 있어서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안에 2015년형을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시장 분위기를 보면서 가격 수준에 대해 본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