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대통령 생가에서 들린 목소리
동서, 남북이 하나 되는 세상 오기를
이병석 < 국회의원·새누리당 lbs@assembly.go.kr >
여전히 겨울의 찬 기운이 느껴지던 지난 1월15일, 국회 동서화합포럼 회원들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뱃길 따라 두어 시간쯤 들어가니 멀리 하의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의도는 바다 위에 핀 연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
1924년 1월6일 하의도에서 김 전 대통령이 태어났다. 그는 오랜 세월 묵묵히 바다를 지켜온 섬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향해 나아갔다. 다른 생각과 입장이 가져온 수많은 고통을 직접 겪었던 김 전 대통령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세상, ‘소통’의 세상을 꿈꿨으리라.
그곳에서 시작된 통합의 씨앗을 품고 우리는 3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상모리로 향했다. 도착하자 그곳 한가운데 자리잡은 청보리밭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박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싸늘하게 식은 꽁보리밥 도시락을 먹어 본 일이 있소. 제대로 입지도 신지도 못하고 얼음장 같은 도시락으로 배를 채웠으니 허구한 날 체하기만 했지.” 그는 재임시절, 서독에 파견된 한국 간호사와 광부들을 찾아가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여러분의 후손만큼은 결코 타국에 팔려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약속을 지켰다. 그의 가슴 깊이 응어리져 있던 배고픔의 고통이 지금 대한민국을 이룬 밑거름이 됐으리라.
고개를 돌려 보니 금오산이 있었다. 정상 부근이 하늘로 비상하려는 새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금오산은 장엄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 기운을 받아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던 ‘이팝나무’를 함께 심으며 동서화합을 다짐했다. 극과 극의 삶에서 대한민국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김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었던 두 분이, 미래의 소망을 담아 새로운 시대에 함께 섰다.
더 큰 소통의 길을 내자.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대구와 무주를 잇고 새만금에서 포항까지 길을 완성해 영남, 호남이 서로 얼싸안고 입 맞추며 만나야 한다. 그 길 너머 대한민국의 남북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고 평화통일을 노래해야 한다. 소통은 이 땅에 통합의 꽃을 피우고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출발이 될 것이다.
이병석 < 국회의원·새누리당 lbs@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