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문
[ 서화동 기자 ]
광고에도 돌직구가 있다. 현란한 기법으로 시선을 사로잡지 않아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음악이 없이도 눈과 귀를 주목하게 만드는 IBK기업은행 광고가 광고시장에서는 바로 돌직구다.
하루에도 수십 편씩 새롭게 선보이는 TV광고, 그 중에서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광고는 몇 개나 될까.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법, 소비자 인사이트를 파고드는 광고 문구, 귀를 자극하는 배경음악 등으로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환경에서 모든 광고인의 뒤통수를 치는 광고 하나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IBK기업은행 광고다.
이 광고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고,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리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미사여구 하나 없는 사실적인 직접화법을 동원한다. 게다가 연설장에서 호소하는 듯한 홍보문구 같은 광고카피, 세련되고 핫(hot)한 유명 모델이 아니라 너무 연로하지는 않나 싶을 정도로 토속적인 이미지의 송해 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일반적으로 광고를 만들 때 맨 먼저 지금까지 소비자에게 잘못 인식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광고배경을 논하고, 그것을 바로 잡아서 그에 따른 어떤 기대효과를 바라는지에 대한 광고목표를 설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 콘셉트, 광고 키워드와 광고카피가 나오게 된다. IBK기업은행 광고는 광고 배경과 광고 목표를 가감 없이 그대로 광고카피로 소비자에게 전달했기에 돌직구 같은 광고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광고보다 설득력이 있고 주목도가 높은 광고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광고모델은 근래 활동 여부와 광고 타깃의 선호도를 고려해 선정하게 된다. 금융광고에서 광고모델의 역할은 유난히 크다. 금융업은 그 어떤 업종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시대에 가장 잘나가고 인정받는 배우, 탤런트, 스포츠스타들이 주로 금융업 광고모델로 발탁된다.
하지만 그런 통념을 깨고 IBK기업은행 광고모델로 발탁돼 2012년 광고시장에 큰 이슈를 만든 모델이 바로 방송인 송해다. 국민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을 수십년간 진행해온 국민MC이긴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주목받는 인기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깨고 광고가 온에어된 바로 그해 대한민국 광고대상 모델상을 거머쥐더니 2013년, 2014년까지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송해를 기용한 모델 전략은 그야말로 기업은행의 ‘신의 한 수’였다. 몇 억원을 넘어서는 빅모델도 그런 효과를 가져다 줄 순 없을 것이다. IBK기업은행 광고는 이른바 ‘송해 광고’로 일컬어지며 국민에게 기업은행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은행광고 부문에서 기업은행이 최초 상기도 51.6%로 1위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의 방송 효과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광고에서는 지난 광고의 맥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발전시킨 각 고장의 지역민이 전하는 직접화법을 등장시켰다. 각 지역별 돌직구식 표현법을 선보인 것이다. 송해와 함께 등장하는 김유빈 양은 “참 좋드래요~” “니도 가고픈겨?” 등의 멘트로 감초 역할을 하며 CF를 재미있게 전개시켰다. 광고모델이 중장년층 기성세대에 제한돼 있다는 우려에서였는지 아역 모델을 함께 써서 세대를 잇는 신구 조화를 이뤄낸 모델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 광고는 차별화되면서도 신뢰를 주는 유명 모델,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 청년실업 300만 시대에 공감을 주는 메시지로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친근한 은행이자 공익적인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광고의 편견을 부수어버린 광고, IBK기업은행 사례야말로 진정한 온고지신을 보여준 혁신적인 광고다.
김명기 < DDB KOREA 제작본부 국장 >
제작 스토리 사투리 모델 찾아 전국 돌고…수화편은 직원 기용
사투리는 촌스러운 가운데 재미를 유발한다. TV프로그램 ‘응답하라1994’ ‘왔다, 장보리’ ‘참 좋은 시절’ 등 특정 지방을 배경으로 사투리를 사용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IBK기업은행의 ‘국민 모두의 은행-희망 시리즈’도 사투리로 성공한 경우다. 광고에는 4가지 사투리 버전이 등장한다. 시기에 따라 이들을 교체해 지루함은 줄이고 재미와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사투리편을 찍기 위해 제작진은 구수하고 맛깔나게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모델을 찾으려 전국을 누볐다. 촬영 과정의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첫 번째인 강원 편에서는 살아있는 대게를 표현하기 위해 새벽부터 수산시장에 들러 대게를 공수했고, 대게의 집게가 움직이는 세심한 장면까지 살리기 위해 애썼다. 충청 편에서는 보조 모델인 강아지가 예상보다 커서 아역 배우인 김유빈 양과 친해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촬영이 끝날 때는 서로 장난을 치는 친구가 될 정도로 정이 들었다.
영남 편에서는 원래 메인 모델이었던 아주머니보다 감초 역할 할머니의 열연이 더 빛났다. 호남 편에서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야외 촬영을 하는 모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까지 고생을 했다. 송해 씨는 아흔이 가까운 연세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파이팅이 넘치는 모습으로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방영된 ‘국민 모두의 은행 수화편’에 나오는 수화자가 전문가가 아니라 IBK기업은행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는 점도 뜻밖이다. 또다른 버전인 ‘우리 모두의 은행 고객편’에는 IBK기업은행과 거래하는 고객과 갓 취업한 청년이 모델로 참여했는데, 촬영 초반에는 어색했으나 송해 씨와 유빈양이 잘 이끌어 전문가 못지않게 열연했다는 전언이다.
광고에 담긴 의미 세대·지역 아우른 ‘국민 모두의 은행’ 강조
IBK기업은행의 ‘국민 모두의 은행 캠페인’은 화려한 영상과 카피로 소비자를 유혹했던 기존 은행광고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화려한 기교와 수사 대신 따뜻한 친서민적 금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고 진정성 있게 노력했다. 2012년 이 캠페인을 처음 선보인 이후 3년째 수많은 금융 광고 가운데서 수위를 달리는 이유다.
그 비결은 선입견 파괴에 있다. 우선 대한민국 대표 MC인 송해 씨의 기용이다. 흔히 광고에는 젊고 잘생긴 남녀가 등장한다. 물론 모델료도 거액이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진정성과 친근함을 위해 통념을 깨고 원로 방송인을 기용했다. 은행 이름에 ‘기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선입견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 것도 주효했다.
‘국민 모두의 은행 수화편’에서는 기존 메시지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은행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아역배우 김유빈 양을 모델로 기용해 친근함을 배가시켰다. 또한 화면에 수화를 삽입하여 사회적 약자까지 배려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국민 모두의 은행 고객편’에서는 실제 고객과 취업에 성공한 청년을 등장시켜 고객과의 공감대를 한층 높였다.
지난 4월부터 선보인 ‘국민 모두의 은행 희망시리즈’는 기존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권선주 은행장의 ‘희망경영’을 모토로 삼아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사투리’를 활용해 메시지를 보다 친밀하고 정감 있게 전달하는 하는 데 성공했다. 사투리는 광고 속에서 즐거움과 차별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요소이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이전 광고보다 더 친근하고 신선하게 전달하는 핵심 포인트였다.
기존의 광고들이 IBK기업은행이 일반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광고는 일반 국민이 들려주는 IBK기업은행 이야기의 형식이다. 강원을 시작으로 충청, 영남, 호남까지 이어지는 이번 광고 시리즈에는 진정한 ‘국민 모두의 은행’으로 거듭나려는 IBK기업은행의 바람이 담겨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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