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포트
저탄소차 협력금 2015년 시행…국산차, 수입차에 크게 불리
부처간 연비규제 주도권 다툼…기업들 신뢰만 훼손
파견법 논의 10년째 제자리…경영상 해고도 사실상 불가능
[ 강현우 기자 ] 환경부가 내년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엔 국토교통부가 연비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자동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해고를 어렵게 하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도 자동차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직·간접 고용 179만명으로 국내 전체 고용의 7%를 차지한다. 연간 수출 711억달러(2012년 기준)로, 총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다. 원·달러 환율 약세와 내수 시장 침체 등 국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연비 규제 강화, 저탄소 협력금 제도 시행, 고용 경직성 심화 등 3대 정책 리스크가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비 논란 속에 신뢰성 손상
24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업체가 사전 인증을 받고 출시한 차의 연비를 사후 검증할 때 도심·고속도로 연비 모두 인증 연비와의 차이가 허용 오차범위 5% 안에 들어야 ‘적합’으로 판정하도록 연비 측정 기준을 통일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토부는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의 평균인 복합연비만, 산업부는 도심·고속도로·복합연비를 모두 검증해 왔다. 그러나 이제 세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산업부 기준으로 맞춰야 한다.
부처 간 이견 탓에 연비 기준이 강해진 것이다. 승용차와 화물차의 연비 검증은 2012년까지 산업부와 국토부가 나눠 맡았다. 그런데 2012년 말 미국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연비 과장을 이유로 제소된 것을 계기로 국토부가 승용차 연비 검증에 나섰고, 지난해 4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가 부적합하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의 일방적인 조사·발표에 산업부 검증을 받아온 업계가 반발했고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커졌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국토부의 일방적인 연비 조사 발표 이후 정부가 연비와 관련해 공식적인 정책이나 의견을 낸 적이 없다”며 “부처 간 주도권 다툼에 기업 신뢰성만 낮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발동동
내년 시행 예정인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도 국내 완성차업체들에 걱정거리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수입차보다 많은 국내 완성차에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국산차 판매량은 3만7000여대 줄어드는 반면 하이브리드 등 수입차는 7000대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많은 쌍용차는 노조까지 나서 반발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판단한 산업부까지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인위적으로 시장구조를 왜곡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며 “환경부가 얘기하는 보조금 구간 조정 등으로는 부작용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갉아먹는 노동 경직성
일본이 지난해 파견근로 범위를 건설·의료 등 5대 금지업종을 제외한 제조업 등 모든 업무에서 무기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독일은 완성차업체가 자체 인력 공급업체를 운영하도록 할 정도로 경쟁 국가들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자동차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고용 경직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파견법 개정 논의는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전혀 진전이 없다. 여기에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해고하는 경영상 해고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무려 6건이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상 해고 요건을 강화하면 이미 고용돼 있는 근로자만 보호할 뿐 추가 고용은 어렵게 된다”며 “기업 회생이 어려워지면 생산 기반을 해외로 옮기는 기업이 늘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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