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새엄마 반복 학대에 네살 아이 끝내 숨져

입력 2014-06-24 18:02
네살배기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반복된 학대 끝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아내와 별거한 뒤 이혼 소송을 진행하던 장모씨는 지난해 3월 애인 이모씨와 살림을 합쳤다.

이제 갓 네 살이 된 큰 딸과 막내딸은 자신들을 돌봐주던 '엄마'가 떠나자마자 가족이 된 새엄마와 이복 자매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장씨의 두 딸은 급격히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불안감에 손톱과 발톱을 물어뜯기 일쑤였고 수시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장씨는 낯선 환경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달래기보다는 심한 폭력과 체벌로 윽박질렀다.

특히 큰딸에게 더 혹독한 체벌을 가했다.

다른 가정에서였더라면 너무나 당연한 행동들이 체벌의 이유가 됐다.

그는 큰딸이 '이유없이 운다'며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손톱과 발톱을 물어뜯는다'며 뺨과 허벅지, 엉덩이 등을 손과 발, 매로 때렸다.

어느 날은 대소변을 잘 못 본다는 이유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베란다에 두 시간씩 벌을 세우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이 "장씨가 있는 힘껏 큰딸을 걷어차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할 정도였다.

장씨는 큰딸이 다니던 유치원 교사가 팔다리에 멍이 든 것을 이상히 여겨 전화를 해오자 "훈육 차원에서 혼을 내줬다"는 말로 둘러댔고 얼마 뒤 유치원을 옮겼다.

그렇게 장씨의 큰딸은 아버지의 체벌이 반복될 때마다 유치원 2∼3곳을 옮겨다녀야 했다.

학대는 갈수록 심해졌고 이혼 소송이 마무리된 뒤에도 계속됐다.

결국, 큰딸은 지난해 9월 21일 아버지의 손찌검에 목욕탕에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만에 외상성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인면수심'의 아버지는 큰딸이 숨진 뒤에도 반성의 태도 없이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을 이어갔다.

"큰딸이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숨졌다"며 보험사로부터 입원비와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료 1천2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이다.

또 동거녀 이씨도 큰딸과 혼자 남아 불안에 떠는 막내딸에 대한 학대에 가담했다.

큰딸이 바지에 대소변을 보거나 모기약을 함부로 뿌렸다는 이유로 체벌을 가했고, 두살배기 막내딸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손과 등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장씨는 큰딸을 잃은 친모 김모씨가 "둘째딸도 학대를 당한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딸을 보여달라고 사정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했다.

장씨의 학대 사실은 평소 딸들은 심하게 체벌하는 모습을 봐왔던 지인들이 "큰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전북의 한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5월 9일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기관은 즉시 장씨의 집에 실태조사를 나갔고 막내딸의 몸에서 멍 자국 등 학대 흔적을 발견하자 장씨와 아이를 격리시킨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발생 당시 단순변사 사건으로 처리했던 큰딸의 사망 사건을 재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장씨의 폭행 사실이 밝혀졌다.

전주지검은 24일 친부 장씨를 폭행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동거녀 이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와 폭력행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장씨는 "딸들을 훈육 차원에서 몇 차례 가볍게 때렸을 뿐이고 큰딸은 스스로 바닥에 넘어졌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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