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김무성 '이전투구'…여당 대표 자리가 뭐길래…

입력 2014-06-23 20:45
차기총선 공천 주도권 행사
친박 주류-비주류 권력게임

재·보선 등 패배하면 책임
17년간 대표 14명 '중도하차'


[ 이정호 기자 ]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7·14 전당대회(전대)를 20여일 앞두고 유력 당권 주자인 7선의 서청원 의원과 5선의 김무성 의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상대 후보의 과거 전과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네거티브 발언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여론조사 조작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23일 ‘쇄신 전대 추진모임’을 결성하고 각 당권 후보자들에게 네거티브 공세와 이전투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천 영향력 무시 못해

최고참급 두 의원이 당권을 놓고 양보 없는 승부를 벌이는 것은 당대표가 가진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정당의 최고의결기구인 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이 득표(현장투표 70%, 여론조사 30%)한 1위가 당대표(대표 최고위원)가 된다. 국회의원만이 될 수 있는 ‘원내대표’와 달리 당대표는 원외당원도 맡을 수 있다.

임기 2년의 당대표는 당 서열 1위로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내 인사권을 통해 당을 장악할 수 있다. 당 대표의 계파가 당의 주류, 즉 당권파로 자리잡는 것이다. 친박근혜계 주류인 서 의원과 친박 비주류인 김 의원의 경쟁이 관심을 받는 이유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 세력이 당내 주류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아온 비주류가 득세할지 이번 전당대회에서 결판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권 역시 당대표가 가진 매력적인 권한이다. 상향식 공천이 자리잡아가면서 과거에 비해 당대표의 공천 권한은 상대적으로 축소됐지만 선거를 앞두고 당대표의 입김은 강력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임기(2년)를 감안할 때 2016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당대표 자리는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4년 총선 패배 직후 당대표에 올라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일명 ‘천막당사’ 아이디어로 재건하는 데 성공, 단숨에 대선주자급으로 뛰어올랐다.

◆17년간 14명…당대표 잔혹사

당대표가 가진 막강한 권한 못지않게 책임도 크다. 재·보궐선거 또는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 당내 쇄신 움직임에 따른 비판에 직면하며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새누리당은 1997년 11월 전신인 한나라당 창당 이후 현재까지 17년간 14명의 당대표가 교체됐다. 평균적으로 당대표 임기가 1년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 18대 국회에서 2년 임기를 다 채운 새누리당 당대표는 한 명도 없다.

2008년 7월 취임한 박희태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1년여 만에 물러났고, 정몽준·안상수 전 대표는 각각 지방선거와 재·보선 패배 이후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당 관계자는 “당 대표 임기 채우는 것이 국회의원 3선, 4선 하는 것보다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당대표 자리는 정치인에게 최고의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