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의무 수입량 더 늘리는 것보다 시장 개방하는 게 농가 피해 최소화"
지금 年41만t도 큰 부담…개방한 뒤 高관세화가 대안
[ 고재연 기자 ]
“쌀 시장 개방을 늦추기 위해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9대 국회 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았던 최규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사진)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쌀 시장 개방과 의무수입물량 확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쌀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쌀 관세화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쌀 시장 개방을 위한 쌀 관세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 의원은 “국내 쌀 자급률이 90%를 넘긴 상황에서 의무수입물량을 더 늘리는 것은 ‘아편’과도 같다”며 “쌀 농가를 위해서라도 무작정 쌀 관세화를 반대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 최대 쌀 생산지 중의 하나인 전북 김제시 완주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최 의원은 2004년 한국이 쌀 관세화를 10년간 유예했을 때도 쌀 시장 개방을 주장했다. 최 의원은 “2004년 당시 쌀 관세화를 하지 않아 올해 의무수입물량이 국내 소비량의 9% 수준인 41만t으로 불어났다”며 “당시 관세화를 했더라면 지금처럼 쌀 수입량이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에 따라 일본 사례를 들며 이번에 쌀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400% 정도의 고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국내 쌀 농가를 보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농산물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합의했으나 한국과 일본, 대만, 필리핀 등 4개국은 쌀 시장에 대해서만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시장 개방 유예를 인정받았다. 한국은 그 이후 매년 의무수입물량을 늘려 올해는 약 41만t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일본은 유예기간 만료 2년 전인 1999년 관세화로 조기 전환했고, 2002년 뒤늦게 WTO에 가입한 대만은 가입 첫해만 유예하고 이듬해인 2003년 곧바로 시장을 개방했다.
최 의원은 한국이 쌀 관세화를 더 미룰 경우 지금보다 훨씬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했다. 최 의원은 “쌀 시장 개방을 계속 늦추다간 다른 산업 분야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며 “필리핀은 최근 WTO로부터 쌀 관세화를 5년간 유예 받은 조건으로 주요 협상국에 육류 등의 관세를 낮춰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