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한입의 사치' 대전③]현대, 개점 30분만에 동난 홍콩 '마약쿠키'

입력 2014-06-20 13:44
수정 2014-06-20 14:06
'한입의 사치'로 불리는 디저트가 전성기를 맞았다. 백화점들이 불황 타개를 위해 디저트 업체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유명 디저트 업체 입점으로 집객 및 연관 구매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경닷컴]은 주요 백화점의 디저트 담당 바이어를 만나 대표 신규 브랜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어느 입구로 들어가야 제니베이커리 팝업스토어에 가장 빨리 갈 수 있죠?"

현대백화점에는 이달 초부터 제니베이커리 쿠키 구입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제니베이커리는 일명 '마약쿠키'로 불리는 홍콩 수제 쿠키가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8일 압구정 본점과 킨텍스점(5일 한정)에 제니베이커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스토어 개점 첫 날인 5일 압구정 본점엔 개점 1시간 전부터 고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전 10시30분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은 지하 1층 제니베이커리 매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개점 30분 만에 일당 판매수량인 400개가 전부 동이 났다.

황혜정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베이커리 바이어(사진)는 "제니베이커리 팝업스토어 준비물량으로 2000세트를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 금새 완판됐다"며 "1년여 간의 노력 끝에 얻은 값진 성과라 기쁘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한 차례 더 제니베이커리 팝업스토어를 연 후 정식으로 고정 매장을 들일 예정이다. 제니베이커리의 첫 정식 해외진출 파트너가 된 것.

이는 현대백화점이 1년여 간 쏟은 정성의 결실이다.

황 바이어는 네 차례의 홍콩 방문과 250여 통의 이메일로 제니베이커리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8월 홍콩 출장 당시 매장에 찾아가 제안서를 전달하면서 입점 유치의 첫 단추를 끼웠다.

황 바이어는 제니베이커리 유치 비결로 끈기와 신뢰를 꼽았다.

제니베이커리는 홍콩에서도 매일 대기행렬이 서는 이름난 수제쿠키집이다. 생산하는 물량이 현지에서 전량 소진돼 해외 진출 의사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 제니베이커리의 맛을 전하고 싶다고 끈기있게 설득한 황 바이어의 노력에 마음이 움직였다.

현대백화점은 홍콩 제니베이커리 고유의 맛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완제품 상태로 들여오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황 바이어는 네 달간 수입식품 통관 과정의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겼다. 식품의 특성상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허가사항, 정밀검사를 모두 공부해가며 제니베이커리를 모셔왔다.

이 같은 노력에 제니베이커리는 생산라인 증설을 결정하며 화답했다. 팝업스토어 개점 당시에도 물량 조달이 쉽지 않았던 만큼, 현대백화점 고정 매장을 위해 생산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그는 "통관 과정에서 원재료 원산지와 레시피를 다 확인해야 했는데 탄탄히 구축한 신뢰관계 덕분에 영업비밀도 흔쾌히 넘겨줬다" 며 "제니베이커리 생산 공장을 방문한 첫 외부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뢰를 돈독히 한 이후에는 제니베이커리 측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버터·커피·숏브래드 등 세 가지 쿠키로 구성된 한정판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협조가 원활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준비한 제니베이커리 틴캔(금속상자)은 텅 비어있었다. 한정수량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몇 개 챙겨놨던 물량도 전부 판매한 결과다.

그는 "홍콩 현지의 맛을 가정에서 접할 수 있어 고맙다는 연락을 잇따라 받아 보람을 느꼈다"면서 "온라인상의 해외 직접구매 제품과는 달리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검사 등을 거쳐 안전을 보장하는 맛좋은 제품임을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신세계와 동시에 유치한 몽슈슈, 단독 입점한 전주 '풍년제과(PNB)'에 이어 제니베이커리를 유치하며 디저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표 단품이 강한 디저트관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황 바이어는 "해외 직접구매가 활성화되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백화점이 다른 유통채널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문이 식품"이라며 "현대백화점에 가면 쿠키, 전병, 티라미수 등 각 아이템의 대표주자를 맛볼 수 있다는 인식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 바이어가 생각하는 디저트 바이어 직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바이어는 거절당하는 일이 다반사인 직업이기 때문에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불독과 같은 끈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사람이 먹는 식품을 다루기 때문에 계속 변하는 관련법 등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자세도 필수란 조언이다.

그는 "여자라서 약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 업계"라며 "전주 풍년제과 유치 당시에도 전주를 수십번 오갔고, 수백번의 거절을 당해도 끈기 있게 밀어붙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식품 관련 법령과 유행 등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부지런히 움직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사진=한경닷컴 진연수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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