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새로운 100년으로…공업화 50년…이젠, 창조도시 '젊은 심장'으로 뛴다

입력 2014-06-20 07:10
대한민국 '최고 산업도시'
현대차·SK에너지 등 대기업 몰려
지자체 첫 수출 1000억달러 돌파
1인당 지역내 총생산, 서울의 2배

산업 스펙트럼 넓힌 허브도시로
에너지 금융 등 5대 프로젝트 가동
김기현 시장 당선자, 투자유치 나서
"1인당 GRDP 소득 10만弗 시대로"


[ 하인식 기자 ]
1962년 2월3일 울산 남구의 조용한 어촌마을인 매암동 납도마을(지금의 효성 울산공장 동쪽 언덕)에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당시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던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날 한국 최초의 국가공업단지인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을 열고 한국 중화학공업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울산은 국내 광공업 생산액의 15.2%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제1의 산업도시로 상전벽해(桑田碧海)나 다름없는 변화를 겪었다. 50년 전 생산공장이라고는 젤리 등의 소재인 한천(寒天)을 만드는 삼양사 하나밖에 없던 울산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 몰려 있는 산업메카로 발전한 것이다.

“이곳 울산에서 4000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부활을 마련하겠다”던 박 전 대통령의 꿈이 현실화된 것이다. 1962년 어육(魚肉), 한천 등을 팔아 26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던 울산은 급격한 공업화 덕분에 2011년 대망의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국내 제1의 수출도시로 우뚝 섰다.


국내 제1 부자도시로 성장한 울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3대 주력 산업이 국가 중추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울산은 자연스럽게 국내 제1의 부자도시로 자리잡았다. 당시 8만5000여명이던 울산 인구는 현재 120여만명으로 14배나 불어났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5600만원으로 서울(2893만원)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는 인구 120만명 도시로는 세계 산업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급속한 공업화 덕분에 울산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연봉 7000만~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며 화이트칼라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는 ‘네오 블루칼라(Neo Blue-collar)’ 계층으로 자리잡았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일반 근로자들까지 주말이나 휴일에 골프를 치고 다양한 외식산업이 서울 못지않게 발전한 곳이 바로 1인당 GRDP 소득 6만달러 울산”의 현주소라며 “울산의 발자취는 살아있는 근대화 50년의 역사”라고 평가했다.

100년 더 풍요로운 창조경제도시 준비

울산은 공업화 50년 만에 이뤄진 자동차 석유화학 부문 전국 1위, 조선해양 세계 1위의 저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 단초를 그린 스마트 창조경제에서 찾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는 최근 울산시청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50년을 먹여 살린 중화학공업에 첨단 과학과 녹색을 입혀 1인당 소득 10만달러가 넘는 인구 200만명의 초일류 창조 경제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를 위한 핵심 추진체로 글로벌 창조경제 허브도시 5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동북아 오일허브를 통한 에너지 금융허브 도시와 3대 주력 산업과 연계한 창조경제 융복합 허브도시, 친환경 전지융합 클러스터를 통한 전지산업 허브도시, 스마트 그리드를 활용한 생태산업단지 모델도시, 첨단 신소재와 저차원 탄소 혁신소재 중심의 첨단소재 허브도시가 그 핵심 전략이다.

그는 임기 안에 5대 프로젝트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세일즈 시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등 울산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발굴하고 대기업과 유력 중소기업의 울산 투자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세일즈를 펼쳐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당선자는 “울산의 산업화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과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 여기에 시민들의 기업 프렌들리가 융화합해 이뤄진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걸작품”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로 희망을 잃고 있는 세계 각국에 경제부흥의 새로운 창조경제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풀어야 할 숙제 산적

지난 50년간 풍요를 가져다준 울산 산업현장은 연초부터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단 내 한 화학회사 관계자는 “공단이 조성된 지 평균 40년이 넘다 보니 피로도 누적에 따른 안전사고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통합 컨트롤 타워 구축을 통한 안전사고 예방이 김 당선자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현장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울산 산업현장은 한마디로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역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은 2011년 전국 처음으로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어제쳤던 영광을 뒤로 한 채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한국의 수출이 정보기술(IT) 제품을 앞세워 세계 7위의 수출대국을 수성한 가운데서도 울산은 2012년 972억달러, 2013년 915억달러로 주저앉았다. 수출이 줄면서 GRDP 증가율은 2011년 15.6%에서 2012년 3.6%로 급전직하 추락했다.

울산혁신도시 내 경제 효과도 미미하다. 울산혁신도시 내 이전 공공기관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지만 가족들을 데리고 울산으로 전입하는 임직원 비율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밑돌고 있다. 수출 못지않게 강한 경쟁력을 발휘해온 분야인 국내외 기업 투자유치도 실적이 주춤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동차·조선 양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나서 노사 간 갈등이 전례없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까지 19년 무파업을 기록하며 울산의 대표적 노사화합 사업장으로 평가받아온 현대중공업에는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올해 힘겨운 노사 협상이 예고되고 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3대 주력 산업 덕분에 거칠 것 없는 번영을 이뤄온 울산은 이제 새로운 미래 100년을 향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심해질 노사 간, 노노 간, 세대 간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창조경제로 융화합할지가 새 당선자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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