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식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에 장착되는 우리의 NVH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독일차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앞서고 있죠. 내실을 기하고 기술 수준을 더욱 끌어올려 NVH 분야에서 5년 내 글로벌 톱5에 오를 겁니다.”
자동차 엔진이나 창문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 및 떨림을 해결해 주는 장치를 통칭하는 NVH 시스템 국내 1위인 NVH코리아의 구자겸 회장(55·사진)은 “다른 부품업체들보다 단기간에 부품업체 메이저로 성장하느라 숨이 가빴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유희춘 한일이화 회장의 사위다. 미국에서 엔지니어링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한일이화에서 유 회장을 돕던 그는 1999년 NVH코리아의 전신인 일양산업 지분을 인수하면서 독립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이름조차 생소한 NVH시스템을 국내에 첫 도입한 1984년부터 지금까지 30년간 NVH코리아의 발전사를 담은 318쪽 분량의 ‘준비된 미래, NVH코리아 30년사’를 최근 발간했다. 젊은 시절 그는 자동차 동력역학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였다. 미국 아이오와대 유학 시절 자동차 전산해석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시중에 팔 정도였다. 심지어 GM과 포드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역량도 갖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쌍용자동차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런 그의 다양한 연구개발 경력이 고스란히 NVH시스템의 국산화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창업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여의도에 165㎡의 초라한 사무실을 마련했다. 컴퓨터와 집기를 산 뒤 그에게 남은 돈은 900만원이 전부였을 만큼 사업 초기 심한 자금난에 허덕여야 했다.
이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말레이시아 자동차 회사가 천장재인 헤드라이너 개발을 도와달라고 구 회장에게 러브콜을 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긴 우기 때문에 차량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로 운전자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구 회장은 말레이시아 프로젝트 수주로 수출액이 10배로 늘어나면서 20억원의 매출을 단숨에 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당시 인도 중국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면서 회사 수출은 2000년 100만달러에서 2006년 1억달러로 6년 만에 100배나 껑충 뛰어오르는 진기록을 낳았다.
구 회장은 “국내에서도 잘 알아주지 않던 작은 중소업체가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을 할 줄은 나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모든 게 임직원들이 쏟아부은 열정과 땀 덕분”이라고 회상했다.
경주 본사 공장의 헤드라이너 생산량은 연 380만대 수준. 올해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전부 470만대 정도임을 감안하면 약 80%를 소화할 수 있는 정도다. 회사는 중국 인도 러시아를 비롯 대만 터키 슬로바키아 체코 미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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