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에서 태양광 발전시스템 파는 일본

입력 2014-06-20 07:00
LGERI 경영노트


일본이 올해 1분기 태양광 산업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세계 태양광 수요 9.34GW 가운데 일본은 2.21GW(24%)를 설치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50여개의 원전이 가동 중단되면서 일본 전력시장은 태양광 발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본 시장은 기존 최대 수요국이었던 독일이나 중국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일본의 태양광 산업은 제조업 대신 발전 시스템 구축과 운영 등 서비스 영역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폴리실리콘, 태양전지 등은 이미 공급 과잉이라 내수나 수출 모두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소프트뱅크, 마루베니상사, 도요타처럼 태양광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업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2016년 전력 소매 자유화가 시행되면 통신 인프라를 보유한 소프트뱅크, KDDI 등을 비롯해 유통업체와 자동차 회사 등도 기존 사업의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유통구조가 달라졌다. 야마다전기, 코지마, 빅카메라 등 전자제품 양판점에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잡화와 설비,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하는 홈센터,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입할 수 있다.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은 휴대용부터 비상전력용까지 다양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판매한다. 소비자가 직접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게 되자 태양광 기업들은 B2B(기업 간 거래)에서 중요했던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브랜드와 AS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하게 됐다.

2012년 도입한 ‘지붕 대여제’는 기존 B2B 유통구조에 부동산업의 성격도 더할 전망이다. ‘지붕 대여제’는 발전사업자가 일정 면적의 지붕을 빌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한 뒤 생산한 전력을 전력회사에 판매하고 그 수익 일부를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지붕의 임대 중개와 계약을 담당하는 기업이 나타나면서 이들의 협상력 또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것은 솔루션 사업 확장이다. 태양광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대부분의 기업은 단품 위주의 사업에 그치지 않고 솔루션 영역까지 확장했다. 발전 시스템 외에 가전기기나 전기차 충전기 등과 연결된 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혼다는 최근 구축한 실험용 스마트홈에서 냉난방, 환기, 조명, 온수, 가전기기는 물론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얻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의 태양광 산업은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 자급자족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인 ‘마이크로그리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일본 태양광 시장이 지속적으로 고성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일본 시장의 특징이 주류가 될지에 대해서도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본 태양광 시장의 방향은 에너지 생산과 사용, 관리에 대한 미래의 방향과 맞물린다. 국내 기업엔 전력산업 ‘게임의 법칙’을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양성진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eongjin.yang@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