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 박영태 기자 ]
직장인 김씨가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컴백홈’이라고 외치자 거실 전등이 저절로 켜지고 에어컨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켜자 화면엔 냉장고와 세탁기 등 집안 가전제품의 작동 여부를 알려준다. 회사에서 퇴근하기 직전 스마트폰으로 작동을 지시한 세탁이 끝났다는 알림표시도 TV 화면 한쪽에 뜬다. 무선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집안 청소를 말끔하게 해뒀기에 청소를 따로 할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미국, 영국 등 11개국에 출시한 ‘스마트홈’ 시스템의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3년 내에 스마트홈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오븐, 로봇청소기 등 각종 가전기기와 조명을 비롯한 생활제품을 스마트폰, 웨어러블기기, 스마트 TV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홈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사물인터넷(IoT)의 한 분야인 스마트홈은 시장 규모도 엄청나지만 향후 정보기술(IT)·가전 회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홈으로 생활을 바꾼다
스마트홈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놓을 기술로 꼽힌다.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에어컨을 켤 수 있고, 세탁기를 미리 가동시켜 귀가시간에 맞춰 세탁이 끝나게 할 수도 있다. TV 리모컨에 대고 ‘취침 모드’라고 말하면 TV와 에어컨이 알아서 꺼지는 등 편안한 잠자리 환경을 만들어준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는 스마트 조명과 로봇청소기에도 스마트홈 기능을 적용, 원격으로 조명을 켜거나 끄고 로봇청소기를 작동하거나 충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스마트 가전제품 속속 출시
삼성전자는 올초부터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스마트 에어컨 Q9000, 버블샷3 W9000 세탁기, 스마트 오븐, 스마트 TV, 사운드바 등을 스마트폰 등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4.0 이상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 S5와 기어핏 등으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어할 수 있다. 앞으로 냉장고와 조명, 로봇청소기 등으로 이 같은 기능을 확대 적용하는 한편 에너지관리·보안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스마트홈 서비스는 직관적인 사용환경(UI)과 품격 있는 디자인을 적용한 ‘삼성 스마트홈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웨어러블기기·스마트 TV에 설치된 스마트홈 앱을 실행하면,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와 연결 가능한 제품이 자동으로 뜨기 때문에 제품 간 연결과 등록이 쉽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TV용 앱은 삼성앱스와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본격화하는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
삼성전자는 보다 강력한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른 회사와의 협력에도 본격 나섰다. 삼성 스마트홈 플랫폼을 개방하고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해 다양한 기업과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업체, 보안업체, 유통업체, 앱 개발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스마트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집안 내 기기를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쟁 가전회사의 참여도 허용한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출시한 가전제품만 제어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도 삼성 스마트홈 솔루션 내에서 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은 “삼성 스마트홈은 고객들에게 스마트한 삶,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단계별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보안, 에너지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사업 본격화로 글로벌 IT기업들이 추진 중인 IoT 기술표준 경쟁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제너럴일렉트릭(GE)과 IBM, AT&T, 시스코, 인텔 등은 가전용 IoT 표준 기술을 만드는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IIC)’을 발족했다. 모든 가전 제조업체가 쓸 수 있는 개방형 표준 기술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TV, 냉장고 등 글로벌 가전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 조성은 기술 표준 주도권을 잡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