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대한민국 공군 1세대 조종사가 직접 쓴 전쟁 이야기…"6·25전쟁 시작 때 공군은 전투기 한 대도 없었다"

입력 2014-06-19 21:43
수정 2014-06-20 04:36
대한민국 공군의 이름으로 / 이강화 지음 / 플래닛미디어 / 432쪽 / 2만2000원


[ 이승우 기자 ]
항공 전략의 시조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군인 줄리오 두헤는 1921년 쓴 책 《제공권》에서 “국가방위는 오직 적절한 힘을 가진 독립적 공군에 의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서구 강대국들은 공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공군력 증강에 힘을 쏟게 된다.

독립 이후 5년 만에 전쟁을 치르게 된 한국에도 공군이 있었다. 물론 병력이라고 하기엔 미약한 수준이었다. 전쟁 발발 당시 한국 공군이 보유한 항공기는 연락·정찰기인 L-4와 L-5 10여대, 국민의 헌금으로 1950년 5월 캐나다에서 도입한 T-6 훈련기 10대, 이렇게 20여대가 전부였다. 전투기는 단 한 대도 없었다. 공군 병력도 1950년 4월 기준 장교 180여명과 부사관·병사 1670여명 등 1850여명, 그중 조종사는 5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50여명 중 실제로 항공기를 조종한 경험이 있는 조종사는 30여명뿐이었다.

하지만 6·25전쟁에서 우리 공군은 전투기 한 대 없이 시작해 1년간의 모진 과정 끝에 하나의 전투단위로 단독 항공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공군의 이름으로》는 그동안 육군 중심으로 기술됐던 6·25전쟁을 공군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6·25전쟁 출격 조종사이자 기록사진가인 이강화 장군(예비역 공군 준장)이 직접 쓴 생생한 전쟁 이야기다. 자신이 직접 찍거나 소장하고 있는 당시 대한민국 공군 사진 130여장이 수록돼 생생함을 더한다.

저자는 대한민국 공군 1세대로 6·25전쟁 당시 정찰기와 전투기를 타고 임무를 수행했다. 전역 후에는 공군역사기록단 자문위원으로 초창기 공군사를 발굴하고 보완하는 등 공군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책에는 공군 정사(正史)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과 6·25전쟁 출격 조종사로서, 작전장교로서 직접 체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저자는 “6·25전쟁은 항공 전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최초의 본격적 항공전”이라고 주장한다. 낙동강 전선과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항공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휴전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두 차례 벌인 평양 대폭격 작전은 북한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은 중요한 작전이었다는 설명이다. 최초의 ‘공지 합동작전’이라고 할 수 있는 351 고지 전투를 통해 항공지원 작전의 중요성도 강조할 수 있었다.

한국 공군의 비화들도 소개하고 있다. 전쟁 초기 이승만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제원도 모른 채 T-6기를 몰고 한강철교 파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찰하던 중 북한 야크기의 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귀환한 일이나 적에게 점령당한 서울 상공에서 심리전단을 뿌리고 깜깜한 밤에 귀환하던 중 활주로가 보이지 않았지만 동료들이 준비한 차량 불빛을 보고 무사히 착륙했던 일 등 저자가 직접 겪은 여러 일화를 전해준다.

저자는 “성공이든 실패든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해 후대가 다시는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책을 냈다고 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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