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운공룡' 무산에도 안도 못하는 이유

입력 2014-06-19 21:23
수정 2014-06-20 05:32
이상은 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


[ 이상은 기자 ] 해운공룡으로 불리는 ‘P3(프로젝트3)’ 출범이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P3는 세계 1~3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CGM이 만들려고 했던 해운 동맹체다.

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의 36.3%를 차지하는 이들은 현대상선이 속한 해운동맹 G6(17.9%), 한진해운이 속한 CKYHE(16.7%)보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결합’을 추진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중국 상무부가 승인을 거부하고 3개사가 곧바로 ‘P3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해운사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P3 출범 무산이 곧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P3 소속 3사는 동맹을 맺기 전인 지금도 이미 위협적인 존재다. 머스크가 3년 전 대우조선해양에 ‘트리플-E’라는 에코십 20척을 주문하는 등 대형 해운사들은 연비 경쟁 시대를 일찌감치 준비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내심 경쟁사들의 선박이 무용지물이 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대표주자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두 회사 모두 자구계획안을 성실히 이행해 유동성 위기를 어느 정도 넘겼지만 대형사들과 어떻게 경쟁할지 걱정이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 참사도 악재로 작용했다. 영세한 연안여객선 업계의 각종 문제가 드러나자 해운업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면서 연초 거론됐던 해운업계 지원책이 표류 중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이 해운업을 버릴 게 아니라면 체력을 갖춰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 해운 전문가들은 “과잉 투자·운임 하락·유동성 부족에 시달려 온 세계 해운업은 비용 절감이 생존 과제”라고 지적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선 연료 효율이 좋은 대형 선박을 서둘러 사야 한다. 구조조정 중인 국내 해운사들이 선박을 주문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경쟁이 심화돼 배값이 오르고 난 뒤에는 점점 더 원가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해운업계가 처한 상황이 절박하다.

이상은 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