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발 속 모래알

입력 2014-06-19 20:58
수정 2014-06-20 05:26
곳곳에 있는 기업 경영 장애물
불필요한 규제 과감히 없애야

강남훈 <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nhkang@kicox.or.kr >


올림픽 경기 중에 웃음이 절로 나는 종목이 있다. 바로 경보다. 어느 한쪽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면서 빨리 걷는 것을 겨루는 시합이다. 그러다보니 마치 오리처럼 실룩거리며 걷는 광경이 연출된다.

하지만 이는 무척 힘든 경기다. 뛰어도 안 되고 느릿느릿 걸어도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올림픽에선 20㎞나 50㎞를 아주 빠른 속도로 걸어야 한다. 이 경기를 하는 사람에게서 전해들은 얘기가 있다. 경기 중 가장 힘든 것은 체력 고갈이나 목마름, 더위가 아니라 신발 속에 작은 모래알이 들어왔을 때 느끼는 고통이라고 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알갱이지만 이게 걸을 때마다 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지만 점차 바늘이나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이 들고 나중에는 너무 고통스러워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을 방문해보면 이런 모래알갱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느 지방 기업은 제때 기계 검사를 받지 않아 15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고 했다. 그 기업 경영자는 “미리 알려줬으면 간단한 검사로 끝낼 수 있는데 아무런 예고조치도 없이 기한이 지났다고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운전면허도 갱신기간이 다가오면 사전에 통지가 오는데 이런 벌금 통고는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장애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지역의 경영자는 같은 산업단지 내에서 공장을 확장하려는데, 바로 옆 공장을 매입할 수 없어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공장을 샀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기안전관리자는 한 공장만을 담당할 수 있게 돼 있다. 해당 관리자는 “불과 100m 떨어진 공장 두 곳의 전기안전을 관리하지 못하고 돈을 들여 다른 기관에 의뢰해야 하니 이런 낭비가 어디 있느냐”며 한탄한다고 그 경영자는 전했다.

이들 사례는 신발 속의 작은 모래알갱이처럼 기업을 힘들게 한다. 기업들은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기술을 개발하고 한푼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그런데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기업이 고통을 받는 일이 많다. 행정기관은 법과 규정을 정확히 집행하는 게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과감한 규제 혁파와 서비스 정신이 시급하다.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도 있는 것이다.

강남훈 <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nhkang@kicox.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