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존재감…부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력 2014-06-19 20:52
인사이드 스토리

DTI ·LTV 규제완화 언급하자마자
반대 표명해온 금융당국 "검토하겠다"

기재부도 부처간 정책조정 적극 개입
최 후보자 "요즘은 주로 듣는 편"


[ 김재후/김우섭/고재연 기자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 전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가 이끄는 1기 경제팀에서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은 기획재정부도 부처 간 정책 조정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최대 실세’라는 후광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부동산시장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 후보자가 지난 13일 기자들을 만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대해 “현재 부동산 규제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하면서다. 발언 이후 증권시장에서 향후 건설회사 주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는가 하면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을 들어 DTI 및 LTV 규제 완화에 부정적 의견을 밝혀온 금융당국의 태도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이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들 규제는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으나 지역별, 권역별로 복잡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때에도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앞으로 관계부처와 함께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LTV와 DTI 규제 유지를 주창해온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18일 “LTV와 DTI 규제 완화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최 후보자의 발언은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LTV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실세(최 후보자)의 영향이냐”는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지금껏) 외부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소신을 지킬 것이냐”는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2기 내각이 출범하고 새로운 경제팀이 들어서면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여지를 열어놨다. 이 장면을 지켜본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기 경제팀에선 LTV, DTI 완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덩달아 힘을 받고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 시기를 놓고 환경부(2015년 시행)와 산업통상자원부(시행 보류)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재에 나선 기재부가 눈에 띄게 산업부 측 의견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산업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성장을 중시하는 최 후보자의 성향이 기재부의 정책 조정 방향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거꾸로 환경부 내부에는 실망스러운 기색이 드리우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7일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용역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4월 “저탄소차협력금제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내년에 반드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에서 한걸음 물러선 듯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당분간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방향을 섣불리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기재부의 한 1급 간부는 “최 후보자는 요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배제한 채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며 “내정 직후 기자들과의 초기 인터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현안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후/김우섭/고재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