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장사 없다"…화학업계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돌파

입력 2014-06-18 21:44
수정 2014-06-19 03:48
산업 리포트

쪼개고-사업 구조조정
LG화학, 프린터 토너공장 매각…한화L&C, 건자재 사업부 떼내

줄이고-감산 바람
에쓰오일 가동률 80%대…인도네시아 기업 가동중단도

붙이고-신사업 찾기
GS칼텍스, 탄소섬유 개발 나서…한화케미칼, 탄소나노튜브 투자


[ 박해영 기자 ] 충남 대산공단에 있는 현대코스모 제2공장. 벤젠과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이달 초 가동을 중단했다. 2년에 한 차례 실시하는 정기보수 명목이지만 수요 부진 영향으로 공급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업황이 좋을 때는 보통 한 달 이내에 정기보수를 마치고 공장을 재가동하지만 최근엔 제품 가격이 약세인 데다 수요도 많지 않아 보수 작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언제 다시 공장을 돌리겠다는 목표 시점도 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업황 둔화 장기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시적으로 감산에 들어가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는 과감하게 매각하는 등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유화 업체들은 사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미래 성장사업에 투자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 급물살

1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북 익산에 있는 프린터 토너 공장을 매각하고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이 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연매출이 700억원 미만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나빠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L&C는 이달 말까지 건자재 사업부를 매각하고 소재 전문기업으로 재출범한다. 회사명을 한화소재(가칭)로 바꾸고 자동차 부품용 강화 플라스틱, 태양광 필름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가 극심한 유화시장에선 감산 바람이 거세다. 벤젠과 PX 등을 생산하는 에쓰오일의 온산공장은 최근 가동률이 80%대에 머물고 있다. 중국 영향권에 있는 동남아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기업 TPPI는 자바섬에 있는 벤젠(연 35만t), PX(연 50만t) 공장을 지난달 20일부터 무기한 가동 중단했다. 인도의 ONGC도 지난달 완공한 벤젠 및 PX 신규 설비의 생산을 8월 이후로 연기했다.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PX 가격은 2011년 초 t당 1700달러대를 유지했지만 이후 수요 감소로 급락해 최근 120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김선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PX 주요 수요자인 중국 PTA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평균 76% 수준에 불과하다”며 “PX 마진은 당분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성장 사업은 키운다

주요 유화 업체들은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을 바탕으로 소재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 대세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수처리 업체인 나노H2O를 인수해 필터 사업에 진출했다. 나노H2O의 해수담수용 역삼투압 필터 기술을 LG화학이 보유한 화학소재 설계·코팅 기술과 결합해 다우, 니토덴코 등 해외 기업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 사업도 주목된다. 지난해 정유 부산물을 원료로 활성 탄소섬유 제조공정을 개발한 GS칼텍스는 내년부터 전북 전주에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경량화 소재인 탄소나노튜브 공장을 최근 울산으로 옮기고 설비용량을 5배로 늘렸다. 이 밖에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정제 과정의 불순물을 원료로 카본블랙을 만들어 타이어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합작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과잉 충격이 유화 전 부문에 미치면서 각 업체들이 중장기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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