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경기 전망] 美·유럽, 2분기 회복세 타고 자신감 축적…수급 흐름 양호…하반기 비중확대 '관심'

입력 2014-06-18 07:00

고평가 논란에도 미국 증시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 상승 배경에는 미국 성장주의 회복이 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불거졌던 기술주, 헬스케어 업종의 가격조정은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다만 트위터 징가 등 매출 성장이 더딘 일부 기업의 주가는 소외되면서 종목이 압축되고 있다.

미국, 슬럼프 탈출 후 회복세 지속

미국의 2분기 성장세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1분기에는 계절적 영향으로 역성장(-1.0%)했지만 2분기에는 그로 인한 기저효과를 예상해볼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54.9로 확장국면을 이어갔다. 신규 수주는 55.1이었고 고용(54.7)과 수출(57.0) 모두 전월 대비 상승했다. 제조업 실물 지표도 회복 중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3.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면서 시장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5월 들어 3.5%까지 상향 조정됐다. 3분기에도 3.0%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지출 증가 등을 가져오는 자산효과도 검토해야 한다. 이를 가늠하기 위해선 부동산 시장을 먼저 살펴야 한다. 한파 영향이 있긴 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견조한 회복세를 보였다. 초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한다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이 자본건전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매수 대응에 나선 점도 수급적으로 긍정적이었다.

현재 30년물 국채금리는 3.3%대에 진입해 있다. 30년물 모기지 금리는 3.1%대다. 장기금리 하락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서브프라임 대출 연체도 낮아지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채권가격 강세로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캐리트레이드 수요도 늘고 있다. 기업 부도율 하락으로 하이일드 채권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올 하반기 미국의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경기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본다. 고용시장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증가로 고용이 질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연말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종료되면 금리 인상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역동적인 유럽, ECB의 지원사격 기대

유럽은 가장 역동적인 회복이 기대되는 지역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유로의 붕괴 가능성은 지표상으로만 본다면 현저히 낮아졌다.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유럽의 가장 큰 고민은 은행의 단기 유동성 부족이었다. 그리스를 비롯해 재정위기 국가들의 퇴출이 공론화되면서 유로화가 깨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생겨났다. 당시 유로화는 약세가 아니라 기피 대상이었다. 유럽 은행들은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자금조달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국채매입프로그램(SMP) 등을 동원해 유동성 기근을 타개했다. 시장이 회복되자 최근에는 자산을 줄여가고 있다.

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은 아니다. 후유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역내의 반(反) 유럽연합(EU)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른 나라 근로자들에게 내 일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성향이 선거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중산층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더딘 경제 회복세가 문제라 볼 수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공세적인 경기부양책을 원하지만, 재정긴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기는 어렵다.

ECB는 향후 완화적 통화정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이유는 물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0.7%를 기록 중이다. 목표치(2%)보다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이대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통화정책회의에서 “너무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장기간 유지되는 상황은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ECB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경계할 책임이 있다”고 밝혀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유로는 약세로 돌아섰다. 드라기 총재는 시장 친화적인 제스처로 투자자들을 안도시키긴 했지만 지원사격은 순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선물 보따리를 한 번에 풀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풀면서 시장 기대감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선진국 비중확대 관점 유지

글로벌 투자 관점에서 올 하반기에도 관심을 둬야 할 지역은 선진국이다. 선진국 주가수익비율(PER)이 장기평균의 상단까지 상승, 부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며 수급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다.

이와 달리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재해 있다. 중국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7%대를 지키긴 했지만 경기하강 리스크가 여전하다. 전력소비, 고정자산투자 등 각종 지표에서 경기가 식어가는 신호가 나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 밖에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터키 및 태국, 전운이 감돌고 있는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며 자본유출을 경계하고 있는 신흥국들을 감안한다면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무시하기 어렵다.

오온수 <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3450 target=_blank>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 onsu.oh@hdsr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