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기자 ] 올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가대표 완성차업체들은 기록적인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와 양적 성장의 둔화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의 핵심은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街)도 이에 따라 3분기 이후 내년까지 변속기 등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부품업체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주요국의 연비 규제 허들이 높아지고 있고 소비자의 요구까지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서 친환경, 안정성, 편의성 등 피해갈 수 없는 패러다임 변화에 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현대차 주가 전망으로 본 하반기 업종 투자전략 '상고하저'
KDB대우증권은 '완성차 대장주(株)' 현대차 주가 전망을 통해 하반기 업종 투자전략을 내놨다. 상고하저(上高下低)를 기본 전략으로 삼고, 3분기 이후로 부품사와 타이어업체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증권사 박영호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2분기까지 제네시스 미국 출시와 쏘나타 미국 출시 등 긍정적인 수요 증가 요소가 있어 '우상향 곡선'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엔화 약세 현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 적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업부문 잉여현금(free cash flow)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투자부담 감소와 이익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정체 내지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배당을 제외하면 ROE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등 투자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분기별 최우선 선호주(top picks)도 완성차가 아닌 부품사가 꼽혔다. 박 연구원은 "3분기부터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한국타이어, 만도 순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 게 유효하다"라고 권했다.
◆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 '연비 개선·배출가스 제한' '안전·편의'
유진투자증권은 하반기 업종전망 자료에서 완성차를 제외하고 부품업체만 집중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증권사 장문수 연구원은 "주요국의 환경, 안전규제는 보다 강화되고 있고, 소비자의 요구도 변했다"며 "현재 자동차업계가 친환경(연비 개선·배출가스 제한), 안정성, 편의성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 단어가 앞으로 자동차산업에서 피해갈 수 없는 패러다임이 됐다고 장 연구원은 판단했다. 그는 "기술 방향성에 부합한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수요 성장보다 분명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완성차(현대·기아차)와 부품업체의 지난 10년 간 시가총액 추이를 비교해봐도 부품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진다는 것. 장 연구원은 "이러한 시가총액의 차이는 수익성의 변동폭이 비교적 적은 자동차 부품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완성차 대비 부품사들의 높은 매출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상황도 마찬가지다. 2010년에서 2013년까지 완성차인 GM과 부품사인 델파이, 폭스바겐과 컨티넨탈 등의 사례 부품업체가 매출액뿐 아니라 시가총액 성장률에서도 월등히 앞서왔다는 설명이다.
장 연구원은 "이 기간 동안 GM 매출액이 14.6%, 시가총액이 17.5% 증가할 동안 델파이는 매출액 19.2%, 시가총액 160.6% 늘어났다"며 "폭스바겐 역시 55.3%와 85.9% 늘어나는 동안 20.8%와 169.5%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주요국의 환경 규제 허들이 앞다퉈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배출가스, 연비 또는 연료소비 등 규제의 대상만 다를뿐 짧게는 2015년에서 길게는 2025년까지 현재 대비 48~89%의 연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연비가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0.1mpg당 5.5다러의 벌금을 판매차량 전체에 부과하고, 유럽은 초과 배출량을 기준으로 5~95유로까지 누진 벌금을 부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활 건 연비 경쟁' 장기 수혜 유망주 8選
규제 당국이 아닌 수요의 관점에서 접근해도 연비는 이제 소비자의 필수적인 선택 요소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 시 우선 고려요인'이란 조사에서 소비자 10명 중 4명(37%) 가까이가 연비를 구매 최우선 고려 요소로 꼽았다.
소비자의 가용소득은 경기 둔화와 고(高)유가가 지속되면서 쪼그라들었고, 자동차 유지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연비'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연비 개선 기술은 무엇일까. 크게 엔진·연료시스템·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 계통의 개선 기술과 공조시스템 개선 그리고 경량화·공기역학·타이어굴림저항 등을 이용한 기술 등이 꼽혔다.
유진투자증권이 꼽은 글로벌 브랜드에 적용 가능한 연비 개선 수혜주의 경우 현대위아(엔진, 터보차저, 듀얼클러치변속기), 삼기오토모티브(엔진, 듀얼클러치변속기), 경창산업(고단변속기), 한라비스테온공조(친환경 공조기술), 평화정공(액티브 후드 시스템), 에스엘(DRL, LED램프), 새론오토모티브(브레이크 패드), NVH코리아(소음 진동 등 감성품질) 등이다.
◆ 단기에 뜯어봐야 할 곳?…활발한 연구개발 '파워트레인' 주목해야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높였다'는 말은 요즘 신차를 내놓은 완성차업체들이 하나같이 내세우는 모토다.
일반적으로 차량 성능과 연비는 반비례한다. 성능을 높이려면 엔진 배기량을 키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연비가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 그런데 이러한 공식도 옛말이 된 것이다.
오탁근, 김창희 대우증권 투자정보지원부 연구원은 "다양한 연비 개선 방식이 도입되고 신(新)기술이 개발돼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요즘 가장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개선을 통한 다운사이징"이라고 귀띔했다.
변속기 기술 개선은 연비 향상은 물론 자동차의 편의성과 안정성까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파워트레인 개선이 지속적으로 완성차에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이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매출은 완성차 판매 증가와 관계없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 연구원은 특히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과거 대규모 시설투자를 완료해 차세대 변속기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변속기 진화에 따른 수혜주로는 경창산업, 유니크, 서진오토모티브, 삼기오토모티브 등이 해당된다"라고 강조했다.
경창산업은 자동차용 오토 트랜스미션(자동변속기) 부품과 자동차의 동력을 전달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컨트롤 케이블(클러치 케이블, 브레이크 케이블 등)을 만들고 있다. 주요 매출처는 현대파워텍이다.
대우증권은 "연비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변속기 다단화가 진행중인데 자동변속기 단수가 늘어날수록 부품수도 많아지고 경창산업이 납품하는 자동변속기 케이스 수도 당연히 증가하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경창산업은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6.4%와 35.6% 늘어난 1383억 원과 92억 원을 기록해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최대 수준이다.
유니크는 자동변속기용 핵심부품인 솔레노이드 밸브 생산 업체다. 이 밸브는 1992년 일본 TOSOK사의 기술 제휴로 국산 개발에 성공, 현재 현대·기아차, 현대파워텍 등에 납품하고 있고 국내 시장의 7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유니크의 경우 현재 주력 변속기인 6~8단자동변속기용 솔레노이드 밸브를 개발 완료해 공급중이고, 듀얼클러치변속기(DCT)용 솔레노이드 밸브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서진오토모티브는 개별 매출비중 기준으로 수동 변속기 부품 56%, 자동변속기 15%이며, 주요 매출처는 강소모비스, 북경현대모비스 등이다. 연결법인인 에코플라스틱과 코모스는 범퍼, 콘솔 등 플라스틱 자동차 부품을 전문 생산하고 있고 현대·기아차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삼기오토모티브도 변속기 진화에 따른 수혜주다. 이곳은 변속기 후면 커버 등 변속기 부품과 오일 팬, 실린더헤드 커버 등 엔진 부품을 알루미늄 다이케스팅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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