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장외주식 과장 "상장 바로 앞둔 장외종목 주가 '꼭지'일 수도"

입력 2014-06-16 07:00
Money Plus - 고수에게 듣는다

장외주식도 몰빵은 금물

재무제표 확인 가장 중요…브로커 사기도 조심해야

헬스케어·의료기기株 관심…일반 직장인도 거래 많아


[ 조재길 기자 ]
“몇 개월 안에 상장할 계획이 있다고 해서 덜컥 장외주식을 사면 안 됩니다. 그때가 꼭지일 수 있거든요.”

이정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장외주식담당 과장(사진)은 확신에 가득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재야 장외주식 브로커로 활동하다 2010년 증권사라는 제도권으로 스카우트된 인물이라 더 믿음이 갔다. 현재 장외주식을 중개하는 증권사는 전체 62개사 중 2~3곳에 불과하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장외주식 거래를 총괄하고 있는 이유다. 2007년부터 장외시장만 들여다봤다는 이 과장을 지난 10일 서울 충정로 골든브릿지증권 본사에서 만났다.

◆“묻지마 투자 피해야”

요즘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100여개다. 통일주권을 발행하는 기업 중 유통 물량이 있다면 거래가 가능하다. 이 과장은 장외시장의 매력으로 ‘좋은 기업을 초기에 발굴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초기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장내 주식시장과 달리 가격 상승폭 제한도 없어 시장 가치를 바로 반영한다”고 했다.

장외주식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뭘까. 이 과장은 기업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게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라야 유동성에 제약이 있는 장외주식 투자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어차피 장기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상장 기업은 특히 정확한 재무 정보가 부족한 만큼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분산투자 원칙이다. 이 과장은 “상장기업 주식을 살 때는 몇 개 종목에 나눠 투자하면서 유독 장외주식이라고 하면 한 종목에 몰빵하는 사람이 많다”며 “장외시장은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나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골라내는 게 중요하다. 재무제표가 더 믿을 만하고, 세금 면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어서다. 장외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으면 양도소득세(벤처기업 10%, 대기업 계열사 20%)를 내야 한다. 다만 취득 종목이 상장한 뒤 매각하면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다. 그는 “좋은 종목을 보면 항상 상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귀띔했다.

◆“헬스케어·의료기기 관심 높아”

지난달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등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가 줄줄이 IPO 계획을 밝힌 뒤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삼성SDS의 장외 주가는 발표 직후 두 배 이상 뛰었고, 삼성에버랜드 주식 매물은 1주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투자자들은 요즘 바이오와 헬스케어(건강관리), 의료기기 분야의 장외주식을 많이 찾는다고 이 과장은 전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대기업 계열 제조업체들이 각광 받았지만 막상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왔다”며 “올해부터는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바이오 등으로 관심 기업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거래가 많이 늘어난 장외기업으로 삼성메디슨과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엠앤소프트, 덕신하우징, 케이사인(보안솔루션 기업) 등을 들었다.

장외주식을 매수·매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골든브릿지증권과 같은 중개업체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평균 1%다. 동시호가 시스템이 아닌 데다 수작업이 많기 때문에 수수료가 다소 높은 편이다. 이 과장은 “장외주식 거래 단위는 1000만~2000만원이 가장 많다”며 “큰손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장외시장으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상장한다고 무조건 호재 아니다”

수년간 여의도에서 장외 브로커 생활을 했던 이 과장은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 매수자가 브로커에게 돈을 이체한 뒤에도 주권을 받지 못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예정 기업에 대해 공모가에다 일정 프리미엄을 얹어주기로 약속하고 자금을 넣었지만 막상 공모주 주가가 급등하자 계약 상대방이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이 과장은 “장외 주식의 가격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호가의 중간 가격”이라며 “호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각종 시세정보 게시판의 주가 액면 그대로 믿고 투자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 가지 조심해야 할 부분은 개별 종목을 선택할 때다. IPO야말로 최대 호재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상장이 코앞에 닥쳤다면 오히려 고평가되지 않았는지 의심하라는 것이다. 그는 “상장을 바로 앞둔 장외주식의 가치가 가장 꼭지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상장만 하면 큰 수익을 얻을 것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과장은 장외 종목을 매도해 수익을 냈다면 꼭 세금을 내라고 했다. 그는 “양도세 신고를 하지 않으면 추후 가산세까지 물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