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개월째다. 생활안전은 과연 강화되고 있는 것인가.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강남아파트’ 방치 실태(본지 6월14일자 A1, 18면)는 도대체 우리 사회가 안전에 관심이라도 갖고 있는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목숨을 담보로 한 죽음의 한탕주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 방치되고 있다.
과거 구로공단 인근의 이 소형 아파트가 준공된 것은 1974년. 그러나 불과 22년 만인 1996년에 안전진단 D등급 판정을 받아 재난위험 시설물로 지정됐다. 그러고도 18년이 지나 지금은 말그대로 붕괴 직전이다. 곳곳에 균열과 녹슨 철근, 침수…. 876가구 중 500가구가 넘는 빈집에는 노숙인과 청소년들의 술판까지 벌어진다. 콘크리트벽이 잠자는 머리 위로 언제 떨어질지 모를 낡은 단지에 아직 300여가구가 산다.
물론 재건축조합도 있고 관할 구청도 있다. 하지만 구청은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27조에 따르면 행정당국은 재난위험 시설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아니, 취해야만 한다. 이 아파트의 경우 정밀안전진단 행정명령이 가능하다. E등급이 나오면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퇴거조치된다. 물론 관악구처럼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로는 당장 이주비라든가 예산문제도 작은 고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수백명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서울시 등 상급기관과 상의해 대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안전점검은 해놨으니 이행은 소유주가 무조건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선 안된다.
강남아파트만의 일도 아닐 것이다. 개발이익이 있을 때는 누가 간섭 안해도 조합 등이 관리할 수 있다. 안전문제가 자연스레 비용과 가격에 전이되는 시장메커니즘이 가동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은 침체일로인데다 인기도 없는 지역이어서 개발 매력도 없다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소유자와 담보권자 생각이 다르고, 거주자도 전세·월세 관점이 또 달라 이해관계만 복잡한 아파트는 공유지의 비극처럼 될 수 있다. 차일피일하다 장마철 폭우로 어느 날 밤 붕괴사고라도 나면 행정당국은 어떤 책임을 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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