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와 가격통제
정부가 도서가격을 정가에서 15% 이상 할인하지 못하도록 한 정책은 일종의 가격 하한제에 해당한다. 가격 하한제를 시행하면 시장에서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요구가 무시돼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수요자와 공급자에 의해 가격이 자율적으로 형성되고 그렇게 형성된 가격에 따라 사회에 필요한 자원이 필요한 곳에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돼 활용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지 독과점 등 시장에 문제가 있더라도 가격을 통제하는 시장 개입 정책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수요·공급곡선
수요·공급 곡선은 상품의 가격과 수요량·공급량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공급량은 증가한다. 가격이 내리면 반대현상이 생긴다. 가격과 수요·공급량을 각각 수직·수평으로 하는 직각 좌표에 이런 현상을 표시하면 수요 곡선은 우하향하고, 공급 곡선은 우상향한다. 가격이 자율적으로 결정되면 실제가격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교차점에서 결정된다. 이를 균형가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가격을 임의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거나 내리지 못하게 통제할 경우 그 가격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초과수요 또는 초과공급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암시장이 형성되는 등 자원의 배분 기능이 왜곡된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등 최고가격제(가격이 규정된 최고가격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를 적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아파트 분양)은 줄어들어 오히려 아파트 부족 현상을 초래해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이다.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면 일자리를 구한 근로자들은 생활수준이 올라갈 수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숙련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구할 기회를 잃게 된다. 시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초과공급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 잉여·공급자 잉여
수요 공급 곡선에서 수요곡선은 소비자가 지급하고자 하는 최대 가격을 의미하고 공급곡선은 공급자가 받고자 하는 최소가격(이를 한계비용이라고 한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장에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면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이득을 보게 된다. 즉 소비자는 시장에서 실제 지급한 가격이 지급하고자 한 최대가격보다 낮으므로 그만큼 잉여(surplus)를 얻게 된다. 생산자도 실제로 받은 가격이 받아야 할 최소 가격보다 높으므로 그만큼 잉여를 얻게 된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시장의 자유로운 거래에서 얻는 이런 잉여를 각각 소비자잉여(consumer’s surplus) 생산자 잉여(producer’s surplus)라고 한다.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를 합한 것을 사회적 잉여라고 한다.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는 시장에서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자율적으로 형성될 때 최대가 된다. 만일 정부가 가격을 임의로 최대 또는 최저로 제한할 경우 사회적 잉여는 항상 줄어들게 된다. 왜 그렇게 줄어드는지는 그래프를 그려서 알아 보도록 하자.
가격차별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은 재화에 대한 소비자 계층 간 수요탄력성(가격이 변할 경우 수요량이 변하는 정도, 즉 수요의 가격에 대한 민감도)이 다를 경우 시장을 2개 이상으로 분할해 각 시장에 서로 다른 가격을 매겨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차별을 실시하는 이유는 기업이 균일한 가격으로 판매할 때보다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격차별을 실시하면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상품 구매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가격차별이 가능하려면 소비자 집단 간의 수요탄력성이 달라야 하고 상품 가격차이를 노린 소비자 간 거래가 불가능해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가격이 저렴한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해 가격이 보다 높은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보려 하고, 그 결과 모든 시장에서 가격이 균등화될 것이다. 따라서 가격차별은 이전이 용이하지 않은 전기, 가스, 수도 등과 같은 상품에 주로 적용된다.
소비자물가…생산자물가…도매물가…뭐가 이리도 복잡하지?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도매물가지수와 함께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물가의 변동을 추적하는 중요한 경제지표 중 하나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소비자 가구(家口)가 구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측정할 수 있도록 편제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매월 489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산출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이 매월 발표한다.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는 기업 간의 대량거래에서 형성되는 모든 상품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작성되는 것으로, 이 지수의 편제에 사용되는 가격은 제1차 거래단계의 가격을 대상으로 한다. 즉 국내생산품은 생산자 판매가격을, 수입품은 수입업자 판매가격을 원칙으로 한다.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다음 거래단계인 대량도매상 또는 중간도매상의 판매가격을 이용한다. 5년마다 품목별 가중치를 개편한다. 생산자물가지수는 한국은행이 조사·발표한다.
도매물가지수(wholesale price index)는 도매상의 판매가격에 따라 작성한 도매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다. 이 경우의 도매상이란 생산자에게 가장 가까운 도매업자(제1차 도매업자)를 말한다. 도매물가지수는 소매단계의 소매물가지수, 무역면에서의 수출입물가지수, 가계소비단계에서의 소비자물가지수와 함께 물가동향을 나타낸다. 도매거래에는 중요한 생산재의 거래가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도매물가는 국민경제의 동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기본적 지수다. 도매물가지수는 한은이 발표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