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男설계사·종신보험…수많은 '최초' 기록 세운 선진보험 개척자

입력 2014-06-13 15:53
Cover Story - 푸르덴셜생명

"보험의 본질에 충실하자"…보장성보험 시장 앞장서 열어
사망전 보험금 지급 서비스 등 가입자 편의 제고에 최우선
안전한 보험금 지급 위해 본사 배당 자제…건전성 '최고'


[ 김은정 기자 ]
보통 몇 개씩 들고 있는 자신의 보험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 보험사의 콜센터를 찾는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듯 전화상담원이 빠른 속도로 어려운 보험용어를 쏟아 내며 해 주는 설명을 단번에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보험금 신청이나 청약철회 절차 등의 중요한 답변 내용을 전화상담을 통해 모두 기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 4월 전화상담을 마친 가입자에게 핵심 상담내용을 휴대전화 장문서비스(LMS)로 보내주기 시작한 이유다. 푸르덴셜생명이 처음으로 도입한 이 서비스는 가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진출 25년째인 푸르덴셜생명은 이외에도 많은 국내 최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계 글로벌 보험사다. 1990년대 초반 남성 보험설계사와 종신보험을 처음 선보이며 돌풍을 불러왔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맞춤형 보험설계시스템 도입에도 앞장섰다. 수많은 최초 기록은 고객에게 더 편하고 힘이 되는 보험을 제안하기 위해 고민해 온 결과물이다.

○‘보험의 본질’에 충실한 글로벌 금융회사

깔끔한 정장차림의 남성이 서류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재정 상태, 병력 등을 꼼꼼히 상담한 뒤 보험을 추천하는 장면은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친숙해진 이 남성 보험설계사 제도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회사가 푸르덴셜생명이다. ‘아줌마 부대’로 불리는 중년 여성 설계사들이 이끌어 온 보험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달한데다, 가입자들의 재무설계는 물론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려면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같은 생각으로 대졸 남성들을 선발해 보험 전문가로 교육시킨 뒤 영업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생소해 하던 가입자들도 안면장사 대신 생애재무설계를 강조하는 차별화된 접근에 금세 호응을 보였다. 이제 웬만한 대형 보험사들은 전부 남성 설계사 조직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남성 설계사를 앞세운 건 단순한 이미지 제고의 방편이 아니었다. 푸르덴셜생명이 한국에 진출한 1989년 국내 생명보험시장은 교육보험 같은 저축성보험이 주력이었다. 상품 구조가 단순해 영업이 쉬웠기 때문이다. 또 보험설계사라도 ‘사망’ ‘죽음’ 등의 단어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많았다.

막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디딘 푸르덴셜생명은 보험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 사망 질병 등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인데도 ‘저축’만 강조되고 ‘보장’ 기능은 외면하는 상황을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대졸 남성 설계사를 도입했다. 보장성보험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대가 낮은 소비자들을 설득하려면 꼼꼼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선보인 보장성보험이 종신보험이다. 매월 보험료를 내다가 사망하면 정해진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종신보험은 가장의 조기사망 위험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푸르덴셜생명의 종신보험 출시를 계기로 다양한 보장성보험이 등장하며 한국 보험시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남다른 고객 중심 생각…잇단 국내 최초 기록

이 회사는 2010년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통한 보험설계 및 관리시스템도 도입했다. 가입, 유지, 보험금 지급까지 설계사를 통하는 걸 당연하게 여길 때라 이런 시도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보험상품을 고르고, 보험료도 계산해 보는 등의 과정을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다면 가입자들의 편의성이 커질 것이란 생각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이제 대부분의 보험사가 따라 하고 있다.

소비자 생각에 귀 기울이는 이 같은 태도는 상품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푸르덴셜생명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여명급부특약은 병원에서 6개월 내에 사망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준다. “인생의 마지막을 가족과 의미 있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면서 보내고 싶은 데 재정적 여유가 없어 안타깝다”던 한 고객의 바람을 놓치지 않고 상품에 적용했다.

사후정리특약도 보험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다 처음으로 도입했다. 사망진단서 사본만 제시하면 유가족에게 보험금의 일부를 24시간 내에 지급하는 내용이다. 까다로운 서류 준비와 신청 절차 때문에 정작 돈이 필요한 순간에 보험금을 활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개선한 특약이다.

○“가입자 확보보다 신뢰 지키는 게 목표”

푸르덴셜생명은 규모로는 중위권이다. 자산이 11조2209억원(2013년 기준)으로 국내 24개 생보사 중 14위다.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는 8856억원으로 15위다.

하지만 건전성과 수익성 지표를 보면 상위권이다. 작년 순이익이 1836억원으로 5위이고, 보험료 등을 투자해 얻은 자산운용이익률은 연 5.1%로 최상위권이다. 덩치를 키우기보다 안심하고 보험료를 맡기는 보험사가 되자는 경영 방침을 25년 동안 쉼없이 실천한 덕분이다. 그 결과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RBC 비율이 432%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빅3’ 보험사보다 높다. RBC 비율은 예기치 못한 손실에도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금을 안정적으로 내주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익을 미국 본사에 거의 배당하지 않고 내부유보한 덕분이다.

푸르덴셜생명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영업이다. 가입자 확보에 혈안이 되기보다 꼼꼼한 계약 후 관리와 서비스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데 공을 들인다.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눈앞의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들의 신뢰와 믿음을 지켜나가는 것이 변치 않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