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중계에 3200만명 몰려…트위치 성장성, 구글도 알아봤다

입력 2014-06-13 15:53
Best Practice - 게임 스트리밍 업체 트위치(twitch)

실시간 게임 관람…600만개 채널 보유…중간 광고료가 수익
이용자 60%가 하루 106분 즐겨
"유튜브 10억弗 인수…투자 가치 충분하다"


[ 김동윤 기자 ]
미국 증시가 올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행한 양적완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에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정보기술(IT) 버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작년 11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트위터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18억달러에 달하고,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하자 IT기업들의 몸값이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 스트리밍 업체 트위치(Twitch)가 IT 버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말 구글의 자회사 유튜브가 트위치를 1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이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트위치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등 각종 온라인 게임과 비디오 게임 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주는 온라인 사이트다. 뉴욕 증시 일각에선 “일개 게임 중계 사이트의 몸값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WSJ는 그러나 “트위치는 유튜브의 결정적인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기업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튜브는 트위치의 어떤 점에 주목했을까.

‘e스포츠 업계의 ESPN’ 트위치

트위치의 모태는 저스틴 칸이 동업자들과 함께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저스틴TV(Justin.tv)다. 출범 초기 저스틴TV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동영상 콘텐츠를 몇 가지 주제로 분류해 보여줬다. 이 중 게임 부문만 유독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결국 저스틴TV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문이 됐다. 게임 방송의 성장성에 주목한 칸은 게임 부문을 아예 트위치라는 이름으로 분사했다. 2011년 6월의 일이었다. 이후 트위치는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더 인기를 끌었고, 매월 4500만명가량이 트위치를 방문했다.

게임 스트리밍 사이트라는 독특한 사업모델 덕분에 거액의 자금을 유치했다. 설립 초기인 2007년에는 8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했고, 분사 후인 2012년에는 1500만달러를 끌어 모았다. 지난해에도 2000만달러를 추가로 끌어 들였다.

트위치의 기본 수익모델은 게임 경기 동영상에 삽입하는 광고다. 현재 트위치에는 약 600만개의 게임 중계 채널이 있다. 이 중 일부는 일반인이 친구들과 하는 게임을 중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문자 수 기준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프로 게이머들이 참가하는 게임 대회를 중계하는 채널이다.

트위치는 이들 게임 대회 중계 방송에 삽입되는 광고료를 게임 대회를 주최한 업체와 나눠 가진다.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든 일본 소니 등이 트위치를 통해 게임 대회를 중계하는 대표적인 업체다.

최근 미국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트위치는 ‘e스포츠 업계의 ESPN’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중계 채널인 ESPN과 견줄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센터스포츠스타디움에선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최종 결승전이 열렸다. 한국팀과 중국팀이 맞붙었다. 당시 이 경기는 트위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세계 3200만명이 지켜봤다.

트위치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최근 들어선 닛산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등의 기업들도 트위치를 통해 중계되는 게임 대회의 공식 스폰서로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위치의 광고 효과에 주목한 거대 기업들이 속속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트위치의 수익모델이 다변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충성도 높아 광고 매체로서 매력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트위치는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확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에선 대규모 야외 바에서 주말마다 수백명이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트위치가 중계하는 게임 대회를 시청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비록 트위치가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하더라도 유튜브가 10억달러나 주고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점이다. 상당수는 여전히 게임 대회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메오가 2008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게임중계 동영상을 서비스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FT는 “10억달러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와츠앱’도 페이스북에 인수될 때 기업가치를 190억달러로 평가받는 것이 최근 미국 IT업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특히 트위치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다른 어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보다 높다는 점이 유튜브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FT 분석에 따르면 트위치 이용자들은 하루평균 106분가량을 트위치 사이트에서 보낸다. 그리고 전체 트위치 이용자의 60%가량은 1주일에 20시간 이상을 트위치 사이트에서 보내고 있다. 구글 이용자들이 구글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은 하루평균 11분에 그친다. 이들이 주로 보는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다.

WSJ는 “유튜브의 가장 큰 고민은 이용자들이 유튜브 사이트에서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 광고 수단으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반면 트위치의 경우 이용자들의 한번 방문하면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가장 중요한 것은 트위치를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향후 유튜브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트위치와 유튜브가 표방하는 서비스는 분명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시간과 기업들의 광고 예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구글이 트위치를 인수할 경우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위치가 구글의 막강한 데이터 센터를 활용할 경우 보다 원활하게 동영상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고, 구글이 최근 출시한 ‘크롬캐스트’를 활용하면 소비자들은 대형 TV화면에서 트위치의 게임 대회 중계 동영상 시청이 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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