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보험사들이 세대별 소비 형태와 생애 주기를 반영한 맞춤형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주요 고객을 나이, 자금 여력, 가입 목적 등에 맞게 세분화해 이에 맞는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과거와 비슷한 상품 구조로는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금 활용 목적에 따라 보험료 수준을 미리 결정하거나 저축보험으로 시작해 연금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 등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고 있다.
신한생명 ‘참신한 브릿지 연금보험’, ‘미래설계 종신보험’
가장의 은퇴 생활과 가장이 사망했을 때 가족의 생활 보장을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참신한 브릿지 연금보험’은 고객의 은퇴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브릿지 기능을 탑재했다. 브릿지형 연금 수령 방식을 선택하면 브릿지 기간 동안(1~20년 중 선택) 최대 500%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 이후에는 100%의 연금을 사망 전까지 받는다.
‘미래 설계 종신보험’은 은퇴 전에는 사망위험을 집중적으로 보장하고, 은퇴 후에는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10년간 가입금액의 5%를 매년 생활자금으로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보험가입금액 1억원 기준으로 매년 500만원씩 10년간 총 5000만원의 생활자금을 받고, 10년이 되는 시점의 사망보험금은 5000만원이 되는 구조다. 또 연금으로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퇴 생활에 대한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한화생명 ‘더 따뜻한 2030 저축보험’
젊은 층의 금융소비 스타일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상품이다. 저축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예상 목적자금의 시기와 금액을 정하면 내야 할 보험료를 설계해주는 방식으로다. 기존 상품은 보험료를 결정한 후, 앞으로 받게 될 보험금을 예측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25세 여성이 라식수술(28세, 150만원), 유럽여행(33세, 500만원), 자동차 구입(34세, 1500만원)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면 이 상품에 가입한 뒤 매달 26만1000원을 납입하면 된다. 만기에는 중간에 받은 목적자금 외에 1134만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가입했을 때 계획했던 자금이 필요 없어지면 중간에 이 자금을 받지 않고 만기 보험금과 함께 받아도 된다.
만기에 받은 보험금은 연금보험으로 전환해 노후자금으로 사용해도 된다. 자금 여유가 많지 않은 젊은 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저 보험료를 월 5만원으로 낮춘 것도 장점이다. 적은 보험료로 종잣돈 마련이 가능하며,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삼성생명 ‘내리 사랑 연금보험’
국내 최초로 다양한 세대가 함께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종신연금이다. 한 건의 연금으로 (조)부모의 노후자금과 (손)자녀의 필요자금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다. (조)부모가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더라도 (손)자녀가 연금을 계속해 받을 수 있어 기존 연금보험보다 오랜 기간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손)자녀의 연금액은 (조)부모 연금액의 20%, 50%, 70%, 100%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연금을 받는 방식은 종신연금형, 확정기간연금형, 상속연금형의 세 가지다.
연금을 받게 되는 시점에 교육자금 등으로 긴급자금이 필요하면 적립액의 50%까지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일시적으로 연금 수령을 중지했다가 필요할 때 받을 수 있는 ‘연금수령 일시 중지’ 기능도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 상품을 활용하면 조부모와 부모 세대 그리고 자녀 세대까지 삼대에 걸쳐서 안정적인 노후보장과 상속설계가 가능하다”며 “각 소비자들의 상황을 반영해 다양하게 상품설계를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AIA생명 ‘뉴 원스톱 단계별로 더 받는 암보험’
발병률이 높은 간암과 폐암 진단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암 진행 단계와 종류에 따라 보험금을 달리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인에게 자주 발생하는 간암과 폐암을 특정암으로 분류해 진단을 받으면 생명보험업계 최대 금액인 1억원을 한번에 지급한다. 또 4기 암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도 최대 1억원을 한 번에 지급한다. 4기 암은 1~3기 암보다 대체로 생존율이 낮고 치료 비용은 더 많이 소요된다. 이 상품은 치료 부담이 큰 암 발생 때 더 많은 보장을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많이 제공하려고 했다.
특정암이나 4기 암 외에 1~3기 암으로 진단받으면 최대 5000만원의 암 진단금을 지급한다. 추후 전이가 이뤄져 4기 암이 되거나 특정암으로 진단되면 최대 5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1~3기 암을 진단 받을 후 보험금을 받으면 보험료 납입이 100세까지 면제된다.
이 상품은 15세부터 60세까지 가입 가능하며 10년마다 갱신(보험료 재산출)을 통해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다니엘 코스텔로 AIA생명 사장은 “암 발병에 따라 소비자들의 치료 부담이 커지고 있어 치료 부담을 현실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상품 구조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ING생명 ‘프리 스타일 연금보험 플러스’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자금 마련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 공백기 동안 수령하는 연금액을 두 배로 늘렸다.
연금을 받기 전에 ‘행복 이벤트 자금’을 설정해놓으면 연금을 받기 시작한 후에 창업, 자녀결혼, 여행 등으로 목돈이나 급전이 필요할 때 연 12회 이내로 자유롭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보험료 납입이 어려울 때는 보험료 납입 일시 중지 기능을 사용해도 된다. 반대로 경제 상황이 좋을 땐 추가 납입 기능을 활용해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시중금리에 연동하는 공시이율을 적용한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월 보험료가 30만원 이상이면 최대 1.3%까지 보험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구현 ING생명 상품개발부 이사는 “직장인들의 은퇴 시기가 빨라지면서 소득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가교형 연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런 소비자들의 수요를 감안해 설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 ‘다이렉트 진심의 차이’
보험업계 최초로 인터넷에서 직접 가입할 수 있는 변액보험이다. 기존 미래에셋생명이 출시한 ‘진심의 차이’의 장점을 그대로 온라인에 적용한 셈이다.
이 상품은 일반적인 보험상품과 달리 저축·펀드와 비슷한 사업비 후취구조를 적용했다. 초기 납입한 보험료 전체를 사업비 차감 없이 특별계정에 투입해 초기 수익률과 해지환급금을 높인 형태다. 계약 이후 3개월이 지나고 해약을 해도 환급률이 99.7%에 달한다.
또 해외주식형, 해외채권형, 국내주식형, 국내채권형 펀드로 구성돼 있어 소비자의 투자 성향별로 다양한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미래에셋생명 고객자산 배분위원회에서 정한 포트폴리오에 따라 펀드에 투자하면 별도로 펀드를 선택하지 않고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효율적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 ‘마이 라이프 굿 밸런스 보장보험’
소비자마다 생애 주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상품이다. 중도 인출과 중도 환급 기능을 강화해 다양한 생애 변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장 큰 특징은 보험기간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 보험료에 맞춰 만기를 설정하면 된다는 얘기다.
또 연령대마다 자주 걸리는 질병을 골라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20세부터 65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보험료 납입기간은 10년부터 5년 단위로 30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이명균 한화손해보험 상품개발팀장은 “보장기간과 보장크기를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설계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