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이색 창업] 여친 쇼핑 만 원이면 끝 … 노점상에서 해외 진출까지

입력 2014-06-10 14:58
수정 2014-06-10 15:13
자영업체 3년 생존율 47%.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하기는 어려운 창업 시장. 사업체 중 절반이 3년을 못 채우고 문을 닫는다. 요식업에서 벗어나 1%의 독특한 아이템으로 생존율 100%의 전략을 세운 사업체들도 있다. 이색 아이디어로 창업시장을 헤쳐 나가고 있는 프랜차이즈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반지, 귀걸이, 팔찌 마음대로 다 사야지"

#여자친구의 '선전 포고(?)'에 평범한 회사원 고영진 씨(33· 가명)는 감슨이 철렁 내려앉았다. 커피 마시고 영화랑 저녁까지 데이트 비용을 모두 내느라 얇아진 지갑이 쇼핑 비용까지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고씨는 여자친구가 고른 악세서리의 가격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마음대로 고른 악세서리 너댓 개가 1만 원을 넘지 않았다.

1만 원의 행복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못된고양이' 덕분이다. 못된고양이는 중저가 제품들을 판매하는 악세서리 전문 브랜드다. 매장에는 1000원짜리 귀걸이부터 2900원짜리 팔찌, 반지 등 1만 원 미만의 악세서리 2만여개가 가득하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N.C 빌딩 못된고양이 본사에서 만난 양진호 대표(44·사진)는 "싸고 다양한 제품을 많이 파는 '박리다매'가 경영 제1원칙" 이라며 "주요 A급 상권에서 개당 2000~3000원짜리 물건을 팔아서 수익을 내는 브랜드는 못된고양이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못된고양이는 박리다매 경영원칙으로 매출 200억 원을 넘겼다. 하루 평균 매장 방문객은 200~300명 정도. 49.58㎡(15평) 크기 매장당 월 평균 매출은 5000만~6000만 원 수준이다. 한 달에 1000원짜리 귀걸이 5만~6만 개를 파는 셈이다.

양 대표는 '싼 게 비지떡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가격이 싼 제품은 품질이 안 좋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데, 몸에 착용하는 악세서리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어 두 번째 경영 원칙은 '품질'이다. 못된고양이는 악세서리 업계에서 처음으로 ISO9001인증을 받았다.

가격과 품질 외에 계량화 할 수 없는 오랜 경험 역시 못된고양이의 경쟁력이다.

양 대표는 "노점상으로 첫 장사에 도전했을 땐 특별한 기술도 전문지식도 없어 신발, 잡화, 악세서리 같이 물 없이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마른 장사'를 선택했다"며 갓 스무살을 넘겼던 1991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노점상에서 시작해 산전수전 겪었으나 10년이 채 안돼 명동과 영등포, 의정부에 총 3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가 됐다" 며 "10년 새 규모가 커졌지만 무엇보다도 어떤 품목이 장사가 될지 안 될지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직접 현장에서 새긴 경험이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업계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밑천이 됐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출발해 20여년이 지나 못된고양이는 현재 100호 매장의 개점을 앞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대만에선 10호점까지 이미 계약을 마쳤다. 일본에서도 현지 업체와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맺고 1호 매장 개점을 준비중이다.

양 대표는 "본사에서 가맹점에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은 기본" 이라며 "20년 넘게 누적된 경험을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공유하는 게 본사의 기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기존 악세서리 대신 우산 등 관련 제품을 전면에 배치해 팔고, 춥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장갑 등 방한용품을 판다. 검은색, 남색의 우산 1~2종류, 장갑 몇 개를 파는 게 아니라 크기별, 색상별, 가격별로 다양하게 구색을 갖춰놓았다.

양 대표는 "어떤 품목을 어느 정도 갖춰놓고 상황에 맞게 제 때 팔 수 있을까 고민하고 가맹점주들에게 알려주는 게 본사가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비 창업자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스몰비어가 잘 된다더라, 떡볶이 장사가 좋다더라 하는 식으로 유행하는 아이템을 쫓아선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면서 "꼭 못된고양이가 아니더라도 꾸준한 소비자층이 있고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아이템을 고르라"고 답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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