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숲서 상쾌한 풍욕체험…부모님도 걷기 편한 더늠길

입력 2014-06-09 07:01
여름에 가기 좋은 숲


[ 최병일 기자 ] 편안한 휴식이 필요하다면 숲으로 가자.
삼나무가 울창한 경남 고성의 갈모봉산림욕장도 좋고,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전남
장흥의 우드랜드나 보성의 제암산 자연휴양림도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로 무거운 머리는 맑아지고 발길은 가벼워진다.
가족과 함께 찾아가면 더욱 좋은 숲이 아름다운 여행지 세 곳을 소개한다.


편백 향 가득한 갈모봉 산림욕장

경남 고성의 갈모봉산은 산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해발 368m. 갈모봉 정상까지 가장 긴 코스를 택해도 2시간 정도면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다. 등산 코스라고도 할 수 없는 갈모봉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은 편백과 삼나무가 울창한 산림욕장이 있기 때문이다. 숲으로 들어가다 보면 길바닥에 편백 조각을 넉넉하게 깔아놓았다. 지나는 길마다 향긋한 나무 냄새가 올라온다. 편백조각 위에 얇은 이불이나 무릎 담요를 덮고 다디단 잠에 빠진 이도 있다.

편백나무가 깔린 길을 지나 삼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갈모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 앞 수도에서 땀을 씻으며 산쪽을 바라보니 나무 계단이 보인다. 이 길이 갈모봉으로 올라가는 가장 짧은 코스다. 짧은 오르막 구간을 몇 번 지나면 갈모봉 정상으로 가는 길과 여우바위봉으로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여우바위봉으로 가는 길목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신록의 바다가 장관이다. 바위전망대 바로 앞 바위 절벽 위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당당하게 서 있다. 바위전망대에서 돌아나와 갈모봉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에 서면 고성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도 보인다.


고성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려면 하일면 학동마을 옛 담장과 솔섬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학동마을은 시간이 비켜간 것처럼 고풍스럽다. 마을의 담장은 수태산에서 채취한 납작돌과 황토로 쌓아서 그 자체로 명물이 됐다. 학동마을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있는 솔섬 또한 꼭 가볼 만한 곳이다. 길따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데크가 놓여 있어 한 시간 정도면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섬 중앙에 있는 갯바위에 올라서면 솔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풍욕체험 편백숲 우드랜드

전남 장흥의 천관산(723m)은 기암괴석과 억새평원으로 명성이 높아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다. 부처바위, 사자바위, 기바위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정상의 바위들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고 해서 천관산이라 불린다. 억새밭과 기암괴석, 탁 트인 다도해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천관산은 산세가 뛰어나 지제산(支提山), 천풍산(天風山), 신산(神山)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렸다.

능선에 서면 전남 일원의 모든 산과 멀리 제주도까지 보일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동쪽 능선 끝자락은 곧장 바닷속으로 빠져들 만큼 바다와 인접해 천관산 능선 어디서든 시원하게 펼쳐지는 다도해 풍경을 볼 수 있다.

산보다 숲을 보고 싶다면 장흥읍 우산리에 있는 우드랜드를 찾아보자. 1㎢에 이르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생태건축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건축체험장, 편백 톱밥 산책로 등이 있어 전남 도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편백숲 산책로 끝에 우드랜드의 명물로 꼽히는 ‘비비에코토피아’가 자리하고 있다. 한때 누드삼림욕장으로 소개되면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용도는 ‘풍욕(風浴) 체험 공간’이다. 부직포로 만든 가벼운 옷을 걸치고 숲의 기운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곳. 체험객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주변에 대나무로 된 차폐막을 설치했다. 나무벤치나 해먹에 누워 1시간쯤 조는 듯, 명상하는 듯 눈을 감고 있으면 풍욕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편백소금집에서 찜질을 즐길 수 있다. (061)864-0063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제암산 휴양림

전남 보성군에는 숲이 많다. 차나무 가득한 봇재의 숲, 다양한 나무들이 숲을 이룬 제암산 자연휴양림, 철쭉이 아름다운 일림산…. 이 중 남녀노소 모두 만족시키는 숲이 제암산 자연휴양림이다. 웅치면에 자리한 제암산은 정상의 바위가 임금 제(帝)자를 닮았다 하여 제암산이라 불린다. 예전에는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한다. 최근 몇 년간 제암산 자연휴양림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 ‘더늠길’을 만든 것. ‘더늠’이란 판소리 명창의 으뜸 재주를 일컫는 말이다. 능선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5.8㎞ 데크가 제암산 자연휴양림의 더늠(으뜸)이라는 뜻일 게다.

더늠길의 본격적인 시작점은 제암산 자연휴양림의 숙박단지 ‘물빛 언덕의 집’과 ‘차 향기 가득한 집’ 입구다. 휴양림 투숙객이 걸어둔 소원 목걸이가 150m 남짓 이어진 곳을 지나면 지그재그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평균 경사 5~8도를 유지해 평지를 걷는 듯 기울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르막길 끝에는 편백 숲이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길 곳곳에 쉼터가 있다. 사람이 생활하기 가장 좋은 높이라는 해발 500m ‘해피500’ 지점을 지나면 지그재그 내리막길이다.더늠길에는 계단이 없어 걸음이 불편한 노인, 휠체어 사용자, 유모차를 사용하는 유아 동반 가족까지 숲을 즐길 수 있다. 데크 양쪽 난간의 높낮이도 다르다. 산 아래쪽 경사로 방향의 난간은 안전을 위해 높이고, 산 위쪽 경사로 방향의 난간은 자연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낮췄다. 덕분에 데크를 걷는 동안 답답하지 않다. 중간 중간에 휠체어나 유모차를 만나면 비켜 갈 수 있는 교행 구간, 숲 속 공기를 만끽하며 쉬어 갈 수 있는 광장과 쉼터도 마련돼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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