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배당 증가 기대…에버랜드 지분 있는 KCC·삼성SDI 수혜

입력 2014-06-09 07:01
WOW NET으로 돈벌자 -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관련주 살펴보니


[ 송형석 기자 ]
삼성전자 9.13%, 삼성물산 18.49%, 삼성SDI 12.33%, KCC 26.19%….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5월12일 이후 삼성 구조 재편 관련주들의 주가상승률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9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성적표다. 처음에는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구조 재편 스케줄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를 움직였다. 이달 들어서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발표돼 주가를 이끌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새로운 재료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더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의 핵은 삼성전자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종목은 삼성전자다. 지난달 말 외국계 증권사 CLSA는 “삼성전자가 1년6개월 안에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할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주가가 24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인적분할, 대주주 주식스와프 등으로 이어지는 2007년 ‘SK식 지배구조 재편’에 나선다는 게 CLSA 전망의 골자였다.

국내 증권사들도 엇비슷한 논리를 내세우며 ‘삼성전자 200만원 시대’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이 발표된 후에는 삼성전자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기업과 삼성에버랜드를 합병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온 상태다.

삼성전자 목표주가 220만원을 내건 이트레이드증권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속세 재원이 필요하고 이 비용을 마련할 방법은 꾸준히 돈을 버는 삼성전자에서 배당을 받는 방법뿐”이라며 “배당성향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200만원 이상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삼성에버랜드 상장이라는 강한 카드가 예상보다 일찍 나온 것은 삼성전자 주가 측면에서 악재”라며 “단시일 내에 더 센 ‘카드’가 나오기 어려운 만큼 주가가 당분간 정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주주사들에 주목

삼성전자를 제외한 종목 중에서는 삼성에버랜드 상장 수혜주들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룹 구조 개편 방향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와 상관없이 지분 가치 상승 이슈만으로도 주가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가 상장되면 주가가 최고 365만원, 시가총액은 최대 9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레저와 외식, 패션, 건설 등 삼성에버랜드 4개 사업부문의 영업가치와 보유지분 가치 등을 합산한 추정치다. 이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하면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들고 있는 KCC는 1조5000억원, 8%를 소유하고 있는 삼성SDI는 7000억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이 생긴다. 삼성카드(지분 5% 보유), 삼성전기(4% 보유), 삼성물산(1.48% 보유) 등도 같은 이유로 삼성에버랜드 상장 수혜주로 볼 수 있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한옥석 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SDI 등은 에버랜드를 포함해 여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황윤성 대표도 “삼성SDI는 에버랜드 상장 이슈만으로 18만원 선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재편 시나리오별 수혜주는

인적분할 계획에 따라 수혜주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 이외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인적분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꼽힌다. 인적분할의 목적은 지배구조 강화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적분할로 지주회사 체제가 만들어지는 경우 수혜주는 지주회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들이 된다. 현행 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일반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이 기준보다 지분이 적은 자회사의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주주가 지분을 늘리려고 애쓰는 상장사가 결국 수혜주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광그룹 역할론도 관심이다. 상속법이 개정되면 상속 1순위로 꼽히는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이 그룹 구조 재편의 ‘키’를 쥘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홍 관장의 친정인 보광그룹 계열사들이 수혜주가 될 것이란 얘기다. STS반도체, 휘닉스홀딩스 등이 보광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꼽힌다.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소식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삼성SDS의 상장 후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삼성SDS보다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