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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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출근시간, 두 매장 다른 표정
매장서 빵 굽고 커피 내려…오봉팽보다 30% 비싸도 북적
케이크·수프 등 메뉴 300개…여행 온 유럽인도 자주 찾아
[ 뉴욕=유창재 기자 ]
지난 6일 아침 미국 뉴욕 52번가와 렉싱턴 애비뉴 교차로. 지하철에서 내린 직장인들이 사무실로 가기 전 한 빵집 매장에 줄지어 들어섰다. 파리바게뜨가 작년 말 뉴욕에 연 세 번째 매장이다. 직장인들은 한 손에는 파란색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크루아상 등 페이스트리 제품을 들고 매장을 나섰다. 같은 시간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미국의 대형 빵집 체인 오봉팽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 광고회사에 다닌다는 직장인 트레버 셸리 씨(29)는 “작년까지 오봉팽에서 해결하던 간단한 아침식사를 올해 초부터는 파리바게뜨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빵집 브랜드들의 각축장인 뉴욕에서 한국의 파리바게뜨가 선전하고 있다. 오봉팽을 비롯한 현지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뉴요커들이 선호하는 빵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렉싱턴 애비뉴 매장을 포함해 타임스스퀘어, 어퍼웨스트, 코리아타운 등 현재까지 문을 연 4개 매장 모두 하루 방문객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안에만 미국 동부지역에 10개 매장을 더 낸다는 계획이다.
오봉팽과 건널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렉싱턴 애비뉴 매장은 파리바게뜨의 성장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파리바게뜨 현지법인에 따르면 파리바게뜨가 문을 열기 전인 작년 12월까지 아침 출근 시간 30분당 80여명의 손님이 오봉팽을 찾았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개장 이후에는 오봉팽의 손님 수가 5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파리바게뜨는 커피와 빵 등 주요 제품 가격이 오봉팽에 비해 30%나 비싼데도 불구하고 30분당 60여명이 넘는 손님들이 찾고 있다.
오봉팽은 1978년 보스턴에서 시작한 미국의 전국 체인 베이커리다. 뉴욕에서는 1984년에 첫 매장을 열었다. 뉴욕에서 영업을 한 지 벌써 30년째를 맞고 있다. 미국 내 200여개를 포함해 한국, 태국, 인도 등 전 세계적에서 3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억6500만달러에 이른다.
뉴요커들이 오봉팽 같이 익숙한 현지 브랜드 대신 파리바게뜨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신선하면서도 맛있는 품질 때문이다.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빵을 굽고 커피를 끓여 각 매장으로 배달하는 기존 현지 업체들과 달리 파리바게뜨는 각 매장에서 커피를 로스팅하고 빵을 굽는다. 30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재미’를 제공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미국의 기존 베이커리들은 제품 수가 1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아침 장사가 대부분인 오봉팽과 달리 파리바게뜨는 아침에는 에스프레소와 페이스트리, 점심에는 샌드위치와 수프, 저녁에는 식빵과 케이크 등 시간대별로 잘 팔리는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 하루 종일 손님들의 발길을 잇게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사무실 밀집 지역이어서 주말 장사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인근 호텔에 묵는 유럽인들이 신선한 빵과 커피, 주스를 즐기기 위해 파리바게뜨를 찾으면서 주말에도 평일과 비슷한 매출을 내고 있다.
서정아 파리바게뜨 미국 법인 마케팅실장은 “올가을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 매장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가맹점주를 모집했더니 한국인뿐 아니라 유대인,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