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시장 회복세] 美 일자리 금융위기 이전수준 회복했지만…제조업 증가는 미미

입력 2014-06-08 20:36
수정 2014-06-09 03:57
美 고용시장 엇갈린 평가

"장기실업률 낮아져 긍정적…분수령 넘었다"
저임 음식·숙박업만 급증…"저금리 계속될 것"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미국 고용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자리가 전월보다 21만7000개 늘어 4개월 연속 20만명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총 고용도 2008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사라진 870만개의 일자리를 모두 회복했다.

○미 고용, 금융위기 충격서 회복

최근 몇 개월간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이 금융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개월 월평균 23만1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12개월 평균(19만7000개)에서 한 단계 뛰어올랐다. 특히 4개월 연속 신규 일자리가 20만개를 넘어선 것은 1999년 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5월 기준 미국 총 일자리 수는 1억3850만개로 직전 최고치인 2008년 1월(1억3840만개)을 뛰어넘었다.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6.3%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고용시장이 직전 최고치를 돌파하는 데 6년 이상이 걸렸지만 아주 중요한 분수령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금 상승률은 2.1%에 그쳐 실망스럽지만 장기실업 및 청년실업률이 감소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밀란 뮤레인 TD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이번 통계는 경기의 지속적인 회복을 방해할 장애요인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지난 6일 고용통계 발표 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5% 상승한 16,294.2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용의 질은 저하

일자리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의 질은 아직 위기 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일자리 창출이 대부분 음식업 소매 등 저임금 업종에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제조업 등 고임금 일자리 회복세는 더디기 때문이다.

5월 업종별 고용통계를 보면 제조업·광업·건설 등 제품생산 분야의 신규 일자리 수는 전체 8.3%인 1만8000개였다. 전월(4만6000개)에 비해 줄었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1만개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의 40%가 음식업, 소매 및 임시일용직 등 일반적으로 저임금 분야”라며 “2008년 이후 제조업 일자리는 160만개 줄었다”고 설명했다.

더그 핸들러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생긴 일자리는 커피숍의 바리스타일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일시직으로 일하면서 정규직을 찾는 사람을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은 12.2%라고 지적했다.


○고용 회복은 양적완화 효과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티브 블리츠 ITG인베스트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고용의 숫자 대신 일자리의 질에 포커스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시장 회복세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향후 Fed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최근 여러 차례 “고용시장은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고용증대가 양적완화 및 초저금리 등 경기부양책에 따른 소비경기 회복에 기인한 만큼 섣부른 금리 인상이 고용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경기회복기에는 구직 포기자들이 취업시장에 대거 돌아와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이 없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을 했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시장 참여율은 62.8%로 2008년 1월 66.2%에서 크게 떨어져 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