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유리 그니지·존 리스트 지음 /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376쪽 / 1만6000원
[ 이승우 기자 ]
미국의 한 탁아소에서 부모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10분 이상 늦게 아이들을 데리러 올 경우 3달러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그러자 늦게 오는 부모들이 늘어났다.
왜 그랬을까. 이전까지는 지각하는 부모들이 탁아소 원장과 교사들에게 미안함을 느꼈지만 벌금을 내게 하자 ‘서두를 필요 없이 벌금만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미안함과 죄책감을 벌금이 지워버린 것이다. 다른 탁아소 10군데에서 같은 방법을 시행해봤지만 결과는 모두 같았다. 탁아소는 지각에 대한 벌금을 채찍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사들의 초과 근무는 부모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상품’이 돼 버렸다.
사람의 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있다. 그 동기는 경제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는 행동경제학자인 두 명의 저자가 사람들의 행동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뤄지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일하고, 노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경제현상들을 관찰하며 인간 행동의 숨은 동기를 찾았다. 이런 식의 접근을 통해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인센티브’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탁아소 사례처럼 인센티브는 미묘하고 복잡한 도구여서 항상 생각대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저자는 “인센티브의 작용 원리를 이해해야 사람들의 행동방식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떤 인센티브가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알려주는 실험도 있다.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 학생들이 자연재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센터 설립을 위해 기금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두 가지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하나는 기금을 낸 사람 가운데 한 명을 뽑아 1000달러짜리 기프트카드를 주는 ‘복권제도’다. 다른 하나는 매력적 외모를 지닌 학생이 모금을 받으러 갔다. 두 가지 모두 인센티브가 없을 때보다 50% 이상 기부금을 많이 모았다. 하지만 복권제도를 통해 기부했던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기부할 확률이 높았다. 오래전 모금자의 예쁜 얼굴에 끌려 기부했다고 해도 같은 행동을 계속 할 가능성은 낮았던 것. 반대로 복권제도는 기부자들에게 ‘얻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단체의 기반이 튼튼하다는 점도 나타낸다.
이런 사례도 있다. “10%를 초과 생산할 경우 모든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겠다”는 말과 “10% 초과 생산에 실패하면 누구도 보너스를 받을 수 없다”는 말 가운데 무엇이 더 효과적일까. 중국의 한 전자제품 공장에서 실험해본 결과 ‘긍정적 인센티브’는 생산량을 4~9% 늘렸고, ‘부정적 인센티브’는 16~25% 증가시켰다. 상여금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상여금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인센티브의 작동 원리와 사람들의 행동과정을 잘 이해한다면 사회를 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학업 성적을 올리고, 법을 준수하고, 직장에서 더욱 좋은 성과를 내고, 자선단체에 내는 기부금을 늘리고,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태도를 점차 버리도록 사람을 이끄는 단서와 방법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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