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21세기 최고의 정치체제로 불리는 민주주의도 흠집이 있고, 자본주의 역시 결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민주주의·자본주의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를 뛰어 넘는 정치·경제체제가 없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다소의 흠집·결점이 있어도 민주주의·자본주의는 추구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정치·경제체제다.
인류의 유구한 역사에 비하면 자본주의 역사는 미천하다. 16세기 유럽 봉건제도에서 싹을 틔웠고, 18세기 중엽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그 싹이 조금씩 자라나다 산업혁명 시기에 나름대로 모습을 갖췄다. 자본주의가 독일과 미국으로 확산된 것은 19세기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자본주의가 정치·경제 발전과 거의 흐름을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다소의 예외가 있지만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정치민주화가 꽃을 피웠고, 인류의 물질적 삶도 훨씬 풍요로워졌다.
자본주의(capitalism)는 한마디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다. 사유재산, 영리추구, 노동력의 상품화, 자유거래 등이 자본주의의 골자다.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지만 이것이 궁극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자본주의 작동원리를 잘 설명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흠을 꼬집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부(富)의 불평등’을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1%의 부자가 99%의 가난한 자를 수탈하는 경제구조다’ ‘자본주의는 잔인하고 이기적이다’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탐욕스럽고 부도덕하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쏟아진 비판들이다.
하지만 이는 코만 만져보고 코끼리의 모습을 단언적으로 말하는 식의 오류다. 전체적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나 시장경제는 민주주의, 자율, 행복추구 등 도덕적 가치를 고양시킨다.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가 자신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에서 ‘성장할수록 부의 불평등이 더 커진다’고 주장해 논란이 뜨겁다. 자산(富)의 이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면서 구조적 불평등이 장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수치)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실수는 물론이고 수치 과장하기, 가공적 데이터 만들기, 입맛에 맛는 수치 고르기 등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21세기 자본론>이 해묵은 빈부격차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증거들 역시 강한 의심을 받고 있다. 4, 5면에서 소득 불평등에 관련된 용어와 성장과 부의 불평등에 관한 진실 공방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