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균형 논란
빈부격차는 최근 세계적인 화두(話頭) 중 하나다. 빈부격차가 심화됐는지 좁혀졌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소득불평등 논란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 특히 토마 피케티 교수가 《21세기 자본론》에서 부(富)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해묵은 빈부격차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의 주장을 놓고도 견해가 갈린다. 일부는 그의 견해에 동조하고, 일부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에 오류가 많다고 반박한다. 소득불평등과 관련된 용어들을 살펴본다.
지니계수
요즘 양극화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이때 거의 빠지지 않고 인용되는 것이 바로 지니계수다. 지니계수는 이탈리아 통계·사회학자인 지니가 만든 것으로, 소득 불평등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다. 소득분포에 관해 제시한 통계적 법칙인 ‘지니의 법칙’에서 나온 개념이다. 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돼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주로 이용된다. 근로소득, 사업소득은 물론 부동산, 금융자산 등의 자산 분배 정도도 파악할 수 있다.
계산 방법은 가로축에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 순서로 인원 분포도를 그리고, 세로축에는 저소득층부터 소득액 누적 백분율(소득누적비율)을 그린다. 그러면 소득분배곡선인 로렌츠곡선이 나오는데, 여기에 45도의 가상 소득분배균등선을 긋는다. 소득분배균등선과 가로·세로축이 이루는 삼각형의 면적, 그리고 소득분배균등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 비율을 구한다. 여기서 구해진 면적 비율이 지니계수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평가한다. 2013년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0.302로 전체가구 통계를 생산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전 계층의 소득분포 상태를 나타내는 수치이기 때문에 특정 계층의 소득분포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한계다.
십분위분배율
십분위분배율은 한 나라의 계층별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 나라의 모든 가구를 소득의 크기에 따라 순서대로 일렬로 정렬한 다음 10등분해, 소득이 높은 제9 및 10 십분위계층의 소득합계에 대한 소득이 낮은 제1, 2, 3 및 4 십분위계층 소득합계의 비율이 십분위분배율이다. 즉, 상위 20% 계층소득에 대한 하위 40% 계층소득의 비율을 일컫는다. 따라서 소득이 완전히 평등한 나라라면 하위 40%가 받는 소득의 합은 전체 소득의 40%가 되고 상위 20% 계층이 받는 소득의 합은 전체 소득의 20%가 되므로 십분위분배율은 2가 될 것이다. 반대로 소득이 완전히 불평등한 나라라면 한 사람만이 전체 소득을 모두 가지고 나머지는 소득이 없으므로 이때의 십분위분배율은 0이 된다. 십분위분배율은 중간계층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로렌츠곡선
소득분포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곡선으로 미국의 통계학자 M 로렌츠가 창안했다. 사람들을 소득에 따라 순서를 매기고, 가로축에는 인구에 따라 누적하며, 세로축에는 소득 계층에 따라 누적한다. 즉 가로축에는 인구의 누적백분율이, 세로축에는 소득금액의 누적백분율이 표시된다. 45도의 선은 누적인구와 누적소득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기 때문에, 완전한 평등을 나타낸다.
반면 소득격차가 심해지면 아래로 늘어지는 형태가 된다. 따라서 완전평등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이 클수록 불평등도가 커지며, 이를 불평등면적이라고 한다. 균등선과 가로축, 세로축이 이루는 삼각형과 불평등면적 간의 비율이 지니계수다(도표 참고). 지니계수는 한 사회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로렌츠곡선은 소득분포를 간명하게 설명해주지만 숫자로는 나타낼 수 없어서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지니계수다.
쿠츠네츠의 역U자형 가설
역U자형 가설은 경제성장과 불평등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가설의 논지는 경제성장 초기단계에는 불평등이 악화되지만 성숙단계에 들어가면 소득분배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주장은 한때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져 ‘선성장-후분배’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쿠츠네츠의 역(U)가설을 뒤엎는 실증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과 시대적 조건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쿠츠네츠 가설은 보편적 이론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도 빈부격차 논쟁 참여…“미래는 좀 더 평등”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가 《21세기 자본론》이 몰고온 빈부 격차 논쟁에 뛰어들었다. 빈부 격차의 기원은 생각보다 더 오래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미래는 좀 더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사이언스는 소득 불평등이 농경사회 등장에서 시작됐다는 기존의 연구를 반박한다. 빈부 격차의 기원은 농경사회 훨씬 이전인 수렵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사냥과 낚시가 생계수단이었던 캐나다 고대 원주민 집터에서는 큰 집에서 발견된 생선 뼈일수록 뼈가 크고 종류도 다양했다는 것이다. 수렵사회에서 이미 빈부 격차가 생겼고, 지금으로부터 1만년 전쯤 농경사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빈부 격차가 만연된 상태였다는 얘기다.
사이언스는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가난한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조사했더니 ‘위험부담을 싫어하고,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를 인내하기보다 당장의 작은 보상을 좇는다’는 것이 이 잡지의 분석이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가난한 사람의 본성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면 선택의 여지도 그만큼 적어진다는 뜻이다. 잡지는 교육도 빈부 격차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그 차이를 벌리는 도구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훌륭한 사냥꾼에겐 안 좋은 활과 화살을 주었다는 수렵사회 아프리카 주호안시·쿵족(族)의 종족보존 노하우를 소개하면서 빈부 격차 해소에는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함도 시사했다. 하지만 미래에는 좀 더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도 곁들였다. 지식기반 사회에선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세습자산이 아닌 노하우, 네트워킹, 사회성 등의 요소가 부상하면서 사회가 좀 더 평등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