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락 / 임근호 기자 ]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해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주 화제의 인물이었다. 카카오와 인터넷포털 다음의 합병이 발표된 뒤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때문이다.
카카오와 다음은 지난달 26일 “두 회사를 합병해 오는 10월 ‘다음카카오’로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 합병은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형태다. 두 회사가 이날 발표한 주당 가치로 따져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3조1356억원으로, 다음(9886억원)의 3배 이상이기 때문. 김 의장은 그가 100%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카카오 2대 주주) 지분을 포함해 통합 법인의 지분 39.8%(시가 1조6427억원)를 가진다.다음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김 의장은 승부사다. 1998년 한게임 창업 당시 개발자금이 부족할 때 한양대 앞에 국내 최대 PC방을 열어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게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는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탄생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2000~2006년 NHN(현 네이버) 대표 시절엔 일본 진출을 주도해 한게임재팬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후 NHN USA 대표 등을 맡아오다 홀연히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새로운 모바일 사업에 도전했다. 벤처기업 아이위랩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사업을 추진했다. 그중 하나가 2010년 3월 나온 카카오톡이다.
그의 진면목은 이 한마디에서 나타난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닙니다.” 김 의장이 2007년 네이버를 떠나며 했다는 이 말은 끝없는 도전정신을 대변한다.
문제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라는 데 모아진다.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와 게임 플랫폼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절대 강자에 올라섰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와츠앱(페이스북), 위챗(텐센트), 라인(네이버) 등 경쟁 서비스에 밀려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선 이유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었겠지만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약진하고 있어 빨리 조직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인 다음이 발행하는 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 대 카카오의 합병 비율은 1 대 1.556이다. 다음 주가는 7만2910원으로 평가됐고, 비상장사인 카카오의 주식 가치는 자산과 수익 가치 등을 고려해 주당 11만3429원으로 산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다음과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각각 9886억원과 3조1356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통합법인의 시가총액이 4조원을 훌쩍 넘는다.
형식적으로는 상장사인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 합병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론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것이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다음보다 3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통합법인의 최대주주도 김 의장이 된다.
김 의장은 카카오 지분 53.6%(본인 소유 케이큐브홀딩스 지분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통합법인에서는 김 의장의 지분이 39.8%로 다소 낮아지지만 최대주주 자격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이 해외에서까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시너시 효과를 의심하는 분석도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
△1992년 삼성SDS 입사
△1998년 한게임 창업
△2008년 카카오 전신 아이위랩에 투자
△2011년~현재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안정락/임근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