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돈방석' 김범수 의장, 합병 세금 한푼도 안내는 까닭

입력 2014-05-30 14:30
수정 2014-06-01 00:52
[ 권민경, 이지현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다음과 합병으로 1조 원대 주식 부자 반열에 오르게 됐지만 불어난 재산에 대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 주식을 보유한 회사 직원이나 주주들 역시 세금 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010년 대폭 개정된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라 현금이 아닌 100% 주식으로만 합병(적격합병)을 진행하면 세금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이전엔 주식 역시 늘어난 재산으로 인정한 '의제배당(배당에 준한다)'에 속해 번 돈의 30~40%에 달하는 과세가 매겨졌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합병 기자간담회 당시 강조해 말한 '주식양수도 없는 순수 합병의 대표 사례'의 속뜻이 바로 '기업가치 상승과 세금 면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봤다. 대주주끼리 주식양수도 절차를 밟았다면 양도소득세를 내야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이 보유한 카카오 주식은 808만 주. 이를 합병가액인 11만3429원으로 계산하면 약 9176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규브홀딩스의 지분 가치 490억 원을 더할 경우 이번 합병으로 그가 얻은 지분 가치는 약 1조 원.

과거 '의제배당'에 해당된다고 가정하면 김 의장이 물어야 할 세금은 3815억 여원에 달한다. 김 의장읜 취득가격을 액면가격(500원)으로 놓고, 합병가격에서 취득가액을 뺀 9128억 여원이 차액이기 때문이다. 2010년 이전에 합병이 됐다면 김 의장의 차액에 대한 의제배당 세금은 41.8%(국세 38%+지방소득세 3.8%)였다.

◆ '의제배당'이 뭐길래…2010년 7월부터 면세 혜택

구체적으로 의제배당이란 법인의 합병, 분할, 해산 등에 따라 현금 배당과 유사한 이익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세법에서는 이를 이익으로 간주하고 과세 처분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2010년 7월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 합병, 분할 등에 대한 세제를 개편하면서 의제배당 소득에 따른 과세도 일부분 변경됐다.

이에 따르면 적격합병의 경우 피합병법인 주주가 취득한 합병법인의 주식을 이전 주식의 장부가액(액면가액)으로 평가해 의제배당 소득에 대한 과세를 이연하도록 했다.

즉 다음과 카카오 합병이 적격합병에 해당한다면 김 의장을 포함한 주주들 지분은 장부가액으로 평가된다. 회계장부 상에선 김 의장이 이번 합병으로 취하는 이득이 없는 것으로 인식돼 별도의 의제배당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 합병만 하면 모두가 세금 혜택?…사실상 형식인 '적격합병' 만족해야

적격합병 요건은 피합병법인 지배주주가 합병으로 취득한 주식을 3년 간 보유하는 것 등을 포함해 1년 이상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것 등이다. 사실상 합병 이후 '지키기 어렵지 않은' 요건들이다.

최근 합병을 발표한 삼성SDI와 제일모직 역시 적격합병 요건을 갖춰 의제배당 세금을 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적격합병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합병에 따른 세금은 따로 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적격합병을 통한 세금 이연이 조세 회피를 막기에 다소 허술한 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에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합병을 진행해 높은 과세를 물은 한 인수·합병(M&A) 관계자는 "법인세법 시행령이 마련되기 이전까지는 종합소득세 등으로 부여될 과세를 줄이기 위해 20대 1 감자(자본감소) 30대 1 감자까지 진행하는 등 비정상적인 관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많은 기업들이 주식양수도 계약보다 합병을 최우선 방법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법인세법 시행령 정비 당시에도 적격합병 요건을 좀 더 실질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바 있다.

당시 김앤장 변호사는 '개정 법인세법상 합병세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법 개정 전후 적격합병 요건이 너무 형식적"이라며 "합병의 사업목적은 1년 이상 계속사업 유지로 판단하므로 조세회피로 합병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고, 포합주식에 관한 지분의 연속성 요건도 2년 내에 취득했는가라는 형식적인 내용만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회사가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합병을 하는 것인데 무리하게 세금을 매겨 이런 취지를 희석시킬 필요가 없다"며 "적격합병에 해당하기만 하면 기업의 규모나 상황 등에 관계없이 세금을 이연해준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세금 부분에 대해서 답해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다"고만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이지현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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