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매출 키웠지만 최근 몇년간 히트게임 없어
인큐베이팅팀 만들어 재미있는 게임개발에 주력
[ 임근호 기자 ]
연매출 1조5000억원의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이 변신을 선언했다. 돈 되는 게임을 조금씩 업데이트하며 현실에 안주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넥슨이 원래 갖고 있던 ‘창조적인 DNA’를 되살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사진)는 29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넥슨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넥슨의 강점은 남들이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며 창조적이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는 데 있었다”며 “넥슨다운 게임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 3월27일 넥슨코리아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박 대표 외에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 이정헌 사업본부장이 함께했다. 새 경영진은 넥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박 대표와 이 본부장은 각각 37세와 35세의 젊은 피다. 정 부사장은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의 게임을 성공시키며 넥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로 2004년 회사를 떠났다 작년에 다시 넥슨으로 돌아왔다.
○“돈 되는 게임에 안주했다” 반성
넥슨의 새 경영진은 “그동안 현실에 안주했던 게 사실”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 부사장은 “라이브게임(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돈을 잘 벌다 보니 고생할 게 뻔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해야겠다는 유인이 약했다”며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매출 압박을 받다 보니 쉬운 길을 택한 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넥슨이 인수합병(M&A)과 인기 게임 퍼블리싱(유통)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넥슨이 개발해 성공시킨 게임은 없다는 비판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였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던전앤파이터’나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서든어택’은 모두 M&A를 통해 확보한 게임이다. ‘피파온라인3’는 넥슨이 수입해 국내에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매출의 6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지만 넥슨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인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박 대표는 “60%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며 “글로벌 기업이라는 자만에서 벗어나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개편 통해 창의적 DNA 부활
새 경영진이 내놓은 처방은 조직 개편이다. 조직이 비대해지고, 관료화되다 보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는 구조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모든 신규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신규개발본부를 신설한 것이 첫걸음이다. ‘원 프로젝트, 원 리더’라는 원칙하에 프로젝트 팀장들은 실장 부장 등의 보고체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정 부사장과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인큐베이팅팀’도 만들었다. 정 부사장은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려면 개발자들이 잉여 시간을 가지고 숨통이 트여야 한다”며 “인규베이팅팀에 있는 동안은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려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직책 대신 ‘~님’으로 부르도록 하는 한편, 모든 임원이 각자의 사무실을 없애고 평직원들과 같이 책상을 놓고 일하도록 바꿨다. 직급에 상관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성과를 내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체계도 마련했다. 그는 “옛날의 넥슨은 매출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보다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진 회사였다”며 “이런 넥슨다움을 되찾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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