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5] '동서 대결' 벌이는 인천…"劉가 돼야 재개발" vs "宋이 한번 더"

입력 2014-05-29 20:34
수정 2014-05-30 04:21
격전지를 가다
'부채 해결 공방' 시큰둥

"국비 막 갖다 쓸수 있겠나"
"땅 팔아서 흑자 낸거 아니냐"


[ 은정진 기자 ]
“그래도 하던 사람(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유정복(새누리당 후보) 그 사람이 중앙에서 큰 사람이라 아무래도 인천에 많은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해.”

6·4 지방선거를 6일 앞둔 29일 인천시 남구에 있는 주안 지하상가에서 옷을 파는 장형진 씨(75)는 인천시장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을 못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계양구에 사는 택시기사 이명우 씨(68)는 “유 후보가 돼도 말처럼 국민 세금인 국비를 막 갖다 쓸 수 있겠나, 송 후보는 흑자 886억원을 올렸다는 데 사실 땅 팔아서 된 거 아니냐”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거 같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행정 전문가’ VS ‘정치적 고향’

두 후보는 모두 선거 시작부터 ‘인천 토박이’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상대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 후보는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고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합격 뒤 관선 인천 서구청장을 지내며 인천 행정을 처음 접했다. 이후 민선 김포시장,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지내며 지방행정과 중앙행정을 모두 경험한 행정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송 후보는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해 계양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인천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왔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 실물을 가장 잘 아는 후보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시장 취임 이후엔 시 재정파탄 위기를 막고 국내외 투자 유치를 가장 많이 달성한 이른바 ‘몸으로 뛰는 시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동서로 갈린 민심

인천의 지역적 특성은 동서 간 민심이 유난히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19대 총선 결과를 보면 총 12석 가운데 계양구 부평구 남동구 등 인천 동부 6개 지역구를 모두 새정치연합이 차지했다. 서구 남구 중구 동구 옹진군 등 나머지 서부 지역 6석은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송 후보 캠프가 구도심의 중심인 남구 주안동에, 유 후보 캠프가 야권 성향이 강한 부평구 부평동에 자리한 것도 이런 각자의 열세지역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동서 간 민심차는 실제 유권자들의 목소리에서도 뚜렷이 드러났다. 서부지역 사람들은 구도심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며 송 시장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남구에 사는 주부 송모씨(41)는 “송 후보가 시장이 되고 나서 재개발이 모두 취소되는 등 구도심에 신경을 안 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서구에 사는 주부 정상희 씨(30)도 “청라지구 쪽에선 7호선 연장을 약속했다가 말을 뒤집은 송 후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서구청장을 했던 유 후보가 청라나 구도심 쪽을 더 챙기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반면 부평 등 동부지역권에선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다. 부평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김경순 씨(44)는 “전임 시장이 망쳐놓은 인천을 뒤처리하느라 고생했다”며 “송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인근 시장 상인 김모씨(69)는 “유 후보는 인천 출신이라고 하지만 인천에서 한 게 없지 않느냐”며 “송 후보가 잘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는 게 이쪽의 민심”이라고 했다.

인천=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