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트리밍 라디오

입력 2014-05-29 20:3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다운로드(내려받기) 시대는 가고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시대로!’ 디지털 음악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모양이다.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어 스마트폰 저장공간을 늘리거나 라이브러리 구축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스트리밍 방식이 대세다.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언제든 음악을 듣고 특정 장르나 가수의 곡만 골라 들을 수도 있게 됐다.

스트리밍(streaming)이란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을 말한다. 용량이 큰 파일의 데이터를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처리한다고 해서 스트리밍이라고 부른다. 원리는 간단하다. 접속 중인 인터넷 네트워크의 속도에 맞게 큰 파일을 작은 조각들로 나눈다. 이 조각들은 각각 뒤의 조각들과 이어지는 헤더정보를 갖고 움직인다. 이를 연쇄적으로 받으면서 동시에 압축을 풀고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이다. 1995년 리얼네트워크사가 개발한 ‘리얼 오디오’가 최초다.

디지털 음악 분야에서는 판도라 미디어와 스포티파이가 시장을 선점했다. 돈이 된다 싶자 기존의 다운로드 일인자인 애플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선보인 ‘아이튠즈 라디오’가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3월 미국에서 스트리밍 라디오 ‘밀크뮤직’을 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스트리밍 라디오란 주제별 채널에서 비슷한 종류의 음악이 라디오처럼 계속 흘러나오는 서비스다.

IT 강자인 삼성과 애플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격돌한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에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는 마니아층이 얇아진 대신 장르별로 선곡된 음악을 듣는 이용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세계 디지털 음원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다운로드가 3.8%인 데 비해 스트리밍은 44.8%로 전망된다.

급기야 애플이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0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의 역대 기업인수 규모로는 최대다. 음악 스트리밍과 아이폰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삼성도 올 9월쯤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삼성라디오’(가칭)를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밀크뮤직’의 국내 버전이다.

어제는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골치 아팠던 중국 시장에서 곧 음원 스트리밍으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해외 보도가 나왔다. 전 세계 시장(150억달러)의 1%도 안 되던 중국 내 매출이 30%까지 뛸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막 스트리밍에 눈을 뜨기 시작한 ‘왕서방’의 지갑을 누가 먼저 열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