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교양 연구총서와 번역서 잇달아 출간

입력 2014-05-29 16:26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소장 정문수)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해역의 역사, 문화적 현상을 살피고 해항도시의 미래 가능성을 제시하는 교양ㆍ연구총서 및 번역서 7권을 잇달아 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세계의 해항도시 Ⅰ - 아시아편’(김승, 노영순, 이수열, 최낙민 외 저)은 국제해양문제연구소가 기획한 세계의 해항도시 교양총서의 첫 번째 결과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남아를 포괄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해항도시 14곳을 탐험한다. 부산과 인천, 상하이, 광저우, 칭다오, 홍콩, 나가사키, 오사카, 요코하마, 고베, 호치민시, 믈라카, 싱가포르, 자카르타 등 해항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한국의 해항도시와 갖는 관계를 살피고 있다.

‘해항도시 마카오와 상해의 문화교섭’(최낙민 저)은 중국이 해금정책을 실시한 이후부터 20세기 초까지 중국 연해 해항도시에서 펼쳐진 문화교섭의 모습을 마카오와 상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마카오와 상해는 서로 다른 시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인도양을 넘어 대서양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결절점으로 기능한 해항도시였다. 각 해역의 해항도시와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온갖 이문화가 교류하고, 혼종되면서 마카오와 상해에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다. 지은이는 이처럼 중국의 종교와 지역문화를 표현하는 한편 외국인과 외국 문화의 존재로 중국 사람들에게 낯선 해항도시의 문화를 형성한 마카오와 상해의 문화교섭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칭다오, 식민도시에서 초국적 도시로’(구지영, 권경선, 최낙민 편저)는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국제공동연구팀의 성과 중 하나로 중국 칭다오를 중심으로 해항도시 형성 및 사회문화적 변용을 고찰하고 있다. 칭다오를 거점으로 이동과 교섭이 활발했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 개혁개방 이후의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교섭의 측면에서 동북아시아 해항도시의 가능성과 한계를 제시한다.

‘문화교섭으로 본 임진왜란’(김강식 저)은 문화교섭의 시각에서 조선시대의 조일관계를 살핀다. 지금까지 임진왜란에 대한 연구는 전쟁의 원인, 경과, 결과, 영향 및 전쟁의 극복을 다루는 전쟁사, 의병사의 시각, 대외적인 조일 관계사의 시각에서 주로 연구됐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시각과 달리 전쟁, 개인, 문물을 통한 문화교섭의 측면에서 서양문화와 동양의 문화 교섭, 조선과 일본의 문화교섭이 진행되면서 서로 주고받은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해역아시아의 차이나타운 화인가(華人街)’(이즈미다 히데오 저ㆍ김나영, 안미정, 최낙민, 이명권, 김봉경 역)는 해항도시 차이나타운에서의 문화교섭현상을 도시공간과 주거의 형태 등 삶의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계 이민자, 즉 화인들이 새로운 땅에서 기존 권력이나 주민, 혹은 유럽의 상업권력이나 식민지권력과 관계하면서 새롭게 개척한 거주지인 차이나타운의 형성과정, 공간구성, 구성요소 등에 대해 조사ㆍ연구한 내용을 정리했다.

‘경계를 넘다: 술루해역의 사람들’(토코로 이쿠야 저ㆍ안미정, 구지영 역)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사이의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페인과 미국의 거듭된 식민지 통치 속에서 어떻게 ‘민족’과 ‘국민’으로 탄생하였는지, 술루해에 그어진 국경으로 말미암아 표해하는 생활방식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그 속에서 저자는 술루 해역세계의 사람들의 역사와 삶을 통해 ‘지구화’에 대한 최근의 담론을 고찰하고 있다. 현재 ‘지구화’로 선창되는 초국가적 사람, 물자, 문화와 정보의 흐름을 둘러싼 언설이 각지에서 유행하고 있고 이는 미증유의 ‘새로운 것’이라는 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전근대의 닫힌 공동체에서 (후기)근대의 열린 지구적 세계로’라는 도식을 담고 있는 지구화 담론은 아시아 해역세계의 역사적 현실에서 보면 오히려 전도된 인식이라고 말한다.

‘아시아 지중해: 16-21세기 아시아 해항도시와 네트워크’(프랑스와 지뿌로 저ㆍ노영순 역)는 저자가 20여년을 아시아의 해항도시에서 필드조사를 하며 연구한 결과물이다. 아시아의 해양을 대항해시대만이 아니라 이를 전후한 13세기부터 21세기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근대세계체제가 보편화되는 과정에 공식 교역은 물론 비공식 교역이 협업을 하며, 인도인, 무슬림, 유럽인들뿐만 아니라 아시아인들이 진정한 주체로 개입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1980년대에서 현재까지를 아시아 지중해의 제2의 탄생기로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함께 아시아의 해항도시가 자율성을 확보하고 일정한 해역 세계의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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