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의 car&talk
[ 최진석 기자 ]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2014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이 열린 4월20일 강원 태백 레이싱파크, 두 남자에게 대회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42)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39)이었다.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잘 알던 형 동생 사이인 만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들 주위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들은 각각 자신들의 팀이 있는 패독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니터와 현장을 번갈아보며 진행 상황을 주의깊게 살폈다. 타이어 3세 경영을 책임질 두 사람은 모터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박 부사장은 올해 레이싱팀을 새로 창단했다. 김진표 감독 겸 선수가 이끄는 ‘엑스타 레이싱팀’이다. 이 팀은 대회에서 가장 상위 클래스인 슈퍼6000클래스(배기량 6000㏄의 경주 전용으로 제작한 머신의 원메이크 클래스)에 출전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전부터 GT클래스(1400㏄ 초과 5000㏄ 미만)에서 아트라스BX팀을 운영 중이던 조 사장의 한국타이어도 한 등급 올려 올해부터 슈퍼6000클래스에 출전하기로 했다.
개막전에서 우승컵은 CJ 레이싱팀의 황진우 선수가 들어올렸다. 황 선수는 전년도 챔피언이다. 이어 2위는 아트라스BX팀의 김중군 선수, 3위는 엑스타 레이싱팀의 이데 유지 선수가 차지했다. 겉보기에는 한국타이어가 이긴 듯하다. 하지만 조 사장의 표정이 어두웠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목격담이다. CJ 레이싱팀도 금호타이어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즉 1~3위 중 1, 3위가 금호타이어, 2위만 한국타이어인 셈이다. 조 사장은 박 부사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굳은 표정으로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슈퍼6000클래스에 출전한 총 20대의 차량 중 금호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4대, 나머지 16대는 한국타이어를 달았다.
하지만 개막전은 시작일 뿐이었다. 지난 25일 중국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전에선 한국타이어의 아트라스BX팀이 슈퍼6000클래스 원투 피니시를 달성했다. 원투 피니시란 이 팀의 두 드라이버가 나란히 1, 2위를 했다는 의미다. 한편 개막전에서 3위에 올랐던 이데 선수는 차량 결함으로 중도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매 경기 희비가 교차하는 조 사장과 박 부사장의 표정이 연상된다.
모터스포츠뿐만이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메르세데스 벤츠에 신차용(OE)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BMW, 아우디까지 독일 프리미엄 3사에 OE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됐다. 이에 질세라 금호타이어 역시 올해 하반기 아우디에 OE 타이어를 공급하며 3사 공급 지도를 완성하게 됐다.
금호타이어는 2008년 포뮬러원(F1) 레이싱 타이어를 개발했다. F1 타이어를 개발했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기술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F1 타이어를 개발하지 않았던 한국타이어는 최근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국내 시장을 양분하던 전통의 라이벌이었다. 금호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오늘날 두 회사 간 격차는 벌어졌지만 자존심 대결만큼은 여전히 팽팽하다. 올해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내년부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다면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올해 유난히 타이어 업체들 간의 대결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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