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포럼 자문회의 무슨 이야기 오갔나
시험제도 전면 재검토 필요
대입에 인성평가 반영을
인성교육 실천·체험해야
금융산업 세계화 미진
글로벌 감각 인재 부족 탓
[ 임기훈 기자 ]
정부와 대학, 기업, 연구기관 등 각계 전문가들이 ‘글로벌 인재포럼 2014’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28일 한자리에 모였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인재포럼 2014 자문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번 인재포럼의 주제인 신뢰와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신뢰와 통합의 인재 길러야
자문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포럼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한국 사회의 통합에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인재를 길러내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문화로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틴 프라이어 주한영국문화원 원장도 “최근 한국이 직면한 문제인 이타적인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문위원 중 금융계 리더들은 글로벌 감각을 가진 인재 육성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믿을 수 있는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지속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회장도 “한국의 금융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세계화가 잘 안 됐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 이유는 바로 글로벌 감각을 가진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다른 제조업과 다르게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올리는 수익은 금융사 국내외 수익의 5% 이내로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글로벌 인재포럼이 앞으로 한국이 당면한 인재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는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다른 포럼은 참석 비용이 높고 여러 제약이 있어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 어려운 데 비해 글로벌 인재포럼은 참가비가 없어 저변이 크게 넓어진 것이 뜻깊다”고 평가했다.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은 “인재 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린다고 한다”며 “매년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내는 글로벌 인재포럼이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성교육 시급하다
자문위원들은 이번 포럼의 주제인 ‘신뢰와 통합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인성교육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대학입학 시험에서 인성평가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도록 입시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각종 대학평가에서도 인성교육을 감안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포럼에서 대학의 인성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나 평가방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어렸을 때부터 통합과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세션도 마련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도 “교육현장에 있다 보면 한국 사회가 인성교육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인성교육은 학생들이 관념적으로 체득하는 것이 아니고 실천하고 체험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시험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대학, 교수, 학생 모두 경쟁에만 매몰돼 있는 상황에서는 배려도 책임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시험이 결국 인성교육도 제대로 안 된 인재를 만든다”며 “포럼에서 한국 시험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신뢰와 통합이 구현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리더의 역할”이라며 “포럼에서 진정한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리더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시대에 맞는 인재 육성해야
자문위원들은 글로벌 인재와 다가올 남북통일 시대를 이끌어 나갈 인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포럼에서 치열한 세계 경쟁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글로벌 인재 양성정책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글로벌 인재육성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인 영어구사력을 어떻게 배양할 것인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순근 교육개발원 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남북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인재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며 “남북통일시대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교육방향도 검토해 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병문 전남대 총장은 “대학이 기업의 수요대로 원하는 스펙을 갖춘 인재만을 양성하다 보니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고 말은 하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많지 않다”며 “대학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