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은 상대방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기본으로 돌아가 사람답게 소통해야"

입력 2014-05-28 20:49
수정 2014-05-29 13:00
'선플운동' 창시자 민병철 건국대 교수

31일 100만 선플봉사단 출범식
세월호 참사 추모음악회도 열어
中·日서도 '선플 한류' 일었으면


[ 이해성 기자 ] ‘민병철 생활영어’로 유명한 민병철 건국대 국제학부 교수 겸 선플국민운동본부 이사장(사진)이 선플운동 활동 무대를 중국으로 넓힌다. 민 교수는 내달 말 인민망TV(인민일보 뉴스포털)를 시작으로 9월에는 중국 칭화대에서 선플 관련 강연을 할 예정이다. 민 교수는 “선플운동의 좋은 취지를 중국, 일본 등으로 널리 알리겠다”고 28일 말했다.

중국 방문은 그의 선플활동 결실이다. 그는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인터넷상에 난무하는 유언비어를 막고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제자, 지인 등을 통해 인민일보 사이트에 1만개의 댓글을 올리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일일이 출력해 책자로 만들어 인민일보 등에 전달했다. 쓰촨성 야안시 내 한 청소년문화센터에는 2000만원을 기부했다. 선플운동에 동참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의 도움을 받아서다.

“생각 없이 쓰는 악플은 상대방, 관계자들의 영혼을 처참하게 파괴하는 행위란 점을 알아야 합니다. 소외되고 비틀린 사람이 많아지면서 남들한테 딴지걸고 말로써 살인하는 사이버 폭력이 너무나 심각해지고 있어요. 앞으로는 서로 칭찬, 격려하며 사는 세상으로 변해갔으면 합니다.”

선플운동의 계기는 대학 수업에서 비롯됐다. 중앙대 교수 재직 시 일어난 모 연예인 자살사건의 원인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자 심각한 고민에 빠진 그는 수강생들에게 1명당 선플 10개를 달아보라는 과제를 줬다. “학생들이 과제를 하면서 악성댓글의 폐해를 절절히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캠페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 교수는 2007년 5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배우 안성기 유동근 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선플운동 발대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오는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100만 선플자원봉사단 출범식’을 연다. 팝페라 가수 이사벨의 헌정곡 등 세월호 참사 추모음악회도 함께 열 예정이다. 사회는 이혜승 아나운서가 본다. 그는 “좋은 일 하는 거니까 무료로 하라고 권유했다”며 웃었다. 민 교수는 이 행사를 대구 광주 대전 춘천 등에서 잇달아 열 계획이다. 그는 “각 도시에서 10만명씩 선플 서명을 받고 회원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6·4 지방선거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플선언문’ 전도를 위탁받고 요새 각 후보자들을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기에도 바쁘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중국·한국 교차 응원활동 영상을 만들어 퍼뜨리기도 했다.

무엇이 그를 이런 열정으로 이끄는 걸까. “주변에서 ‘좋은 일, 필요한 일’이라는 격려를 들으면 그렇게 가슴이 뛰고 뿌듯할 수가 없어요. 그동안 생활영어 등 책자가 과분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기본으로 돌아가 사람답게 말하고 행동하자’는 외침은 정말 많은 분들이 들어줬으면 합니다.”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 노던일리노이대에서 영어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스타 방송강사, 저자 등으로 활동해왔다. 현재 건국대에서 ‘비즈니스 영어’를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애플리케이션 개발 과제를 주는 등 다양한 교육적 실험도 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